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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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

영화 같은 이야기로만 들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 이야기는 친구의 실제 경험담에서 시작한다는 기본 밑밥을 던지고 시작하는 이 책은 짧은 중편 같은 글임에도 왜 이 책이 전자책 베스트 1위에 올랐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잘 짜인 스토리, 뒤로 갈수록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짧으면서도 강한 임팩트가 이 책의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건의 실제 당사자인 남자는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를 3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우연히 누군가의 SNS를 통해 보게 되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면 오랫동안 상대방을 원망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겠지만 이미 수십 년이 흘러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부질없는 짓이고 자신은 그저 오래전 사랑했던 사람을 만난 것이 반갑고 즐겁다는 남자의 메시지에 여자 역시 화답해 온다.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여느 지인들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오래전 두 사람이 간직한 추억을 끄집어 내어 같이 이야기를 하는 등 평범한 내용이 한참을 오고 간다.

한 사람의 변심으로 상처받은 연인 이야기라면 당사자에겐 큰일이라 할지라도 세간에서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일 뿐... 그저 조금씩 털어놓는 추억 어디에 기묘함이나 수상함이 숨어있는 걸까?

궁금증을 가지고 언제쯤 이야기의 반전이 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을 들여다본 듯 약간의 트러블은 있었지만 중간을 넘어서까지 별다른 일 없이 여느 연인의 이야기처럼 평범했다.

남자는 연극에 빠져있었고 평소에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변하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드러났다.

여자 역시 연극 연출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남자에게 다른 연극부의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흠모하며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결혼식 당일 사라진다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연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걸까?

몇 번의 메시지가 오고 가며 이제 상대방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는 남자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느껴질 즈음 두 사람의 메시지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과거는 평범하지 않다.

처음의 잔잔함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속속 드러나는 이야기는 마치 처음의 두 사람과 다른 사람의 과거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판이해 앞의 이야기에 진실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더구나 메시지에 담긴 글에서는 그런 충격적인 내용과 달리 그저 사실은 그러그러했었다는 식으로 덤덤하게 털어놓고 있어 그 괴리가 더욱 크게 느껴져 읽으면서 뭐야 뭐야!! 하는 어이없음과 함께 허탈함마저 느끼게 했고 처음에 보였던 모습에서 하나둘 드러난 진실로 인해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마지막에 마침내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가 드러났을 때 느꼈던 감정은... 마치 가부키를 보는 것 같았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뽀얗게 분칠한 얼굴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연극하는...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을 염려하고 평안함을 비는 것 따위의 위선으로 가려진 추악한 진실은 확실히 쇼킹했고 짧은 글이어서 그 반전의 묘미가 제대로 산 것 같았다.

몰입감도 좋고 단숨에 한 호흡으로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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