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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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신주쿠의 외지고 허름한 빌딩의 2층 구석에 자리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그곳에는 세상 느긋한 듯 예리하고 거침없으며 마치 속세에는 아무런 미련도 관심도 없는듯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사와자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이제 50줄에 들어선 이 중년의 남자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어디 가나 사건을 몰고 다니는 그는 아마도 그의 성격 때문에라도 쉽게 갈 수 있는 걸 어렵게 꼬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주변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이 탐정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 세상천지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다는 그의 태도와 한번 맡은 임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즉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종료하고야 마는 그의 고집 같은 신념이 지금 세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의 인기는 결국 사와자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에게 탐정 임무를 의뢰한 의뢰인의 수난은 여전히 계속된다.

유서 깊은 요정이 신청한 대출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의뢰인의 신분은 한 은행의 은행장으로 거액을 대출하기 전 대출받고자 하는 요정의 주변을 조사하는 별다를 것 없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직접 알려야 할 특이사항을 발견한 이후부터 의뢰인과의 연락이 두절된다.

게다가 직접 찾아간 은행에선 마침 공교롭게도 은행장은 외출한 뒤였고 기다렸다는 듯 은행강도가 출현하면서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와자키

은행강도 일행 중 한 사람은 달아나고 남은 사람은 자수하면서 사건은 손쉽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은행장실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거금이 나오고 마감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은행장으로 인해 사건은 긴급함을 더하게 된다.

이 사건을 배정받은 신주쿠서에서는 당연하게도 사와자키를 쉽게 놔주지 않으려 하고 여기에서 또다시 쉽게 갈수 있는 방법을 외면한 채 그에게 탐정 임무를 의뢰한 의뢰인의 정체와 그 임무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경찰들의 비위를 거슬러 고난을 자초한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 야쿠자들도 꼬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꼬리엔 경찰과 야쿠자 그리고 그를 조사하기 위한 동종업계 사람들까지 따라붙지만 이런 중에도 자신에게 의뢰한 의뢰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평소의 사와자키답다.

그렇다면 사라진 은행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가 출타했을 때 벌어진 이상한 은행강도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걸까?

여전히 작은 단서를 쫓아가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비슷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할지 아니면 예전의 남성적인 묵직함이나 누아르적인 색채가 옅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케일 면에서도 축소된 느낌이랄지...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새로운 거처를 옮기면서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를 예전과 조금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까?

이 작품의 전작 격인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 느낌이 아니라는 건 좀 아쉽다.

개인적인 바램은 초기작에서 보여주는 묵직하고 남성미 넘치는 분위기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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