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도전기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김영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3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내 나이가 있어서인지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한창 일할 나이를 조금 지나서이기도 하겠지만 자녀들이 독립할만한 나이인데다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면 도시인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여러 가지 장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귀농을 꿈꾸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바라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쉽지 않다.

일단 전원생활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 생활을 꾸려갈만한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일에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 또한 있어야 한다는 게 우선적으로 되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지만 막상 하던 일을 멈추고 도시생활을 정리한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또한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 간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데 이 모든 것에서 성공한 저자가 그래서 더욱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은 크게 1,2부로 나눠져있는데 1부에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전원생활을 하게 된 배경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2부에는 이와 다른 주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왜곡된 남녀 간의 불평등과 가부장적인 인식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가족이 직장을 그만 두고 서울 생활을 접고 자리를 잡은 곳이 가평

인구가 1만명 정도 되는 그곳에서 다소 뜬금없이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은데 서점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납득이 가기도 했다.

사실 전원생활을 원해 도시를 벗어나 작은 도시나 시골로 거처를 옮긴 사람은 있지만 40대의 한창 일한 나이에 갓난 아이를 데리고 시작하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은데 사소한 걱정거리 이를테면 서점 운영이 쉽지 않아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든가 하는 걸 제외하면 너무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20여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는 분교에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는 행복도 깨끗한 공기에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여유로움도 그리고 이웃들과 김장김치까지 나눠먹는 넉넉한 인심도 부럽기는 마찬가지지만 어쩌면 이런 모든 것은 그저 제3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원생활이라고 어찌 행복하고 여유롭기만 할까

저자 역시 서점 매출에 가슴 졸이기도 하고 꽉 막힌 연통 때문에 추위로 고생하기도 하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라 더 공감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욕심을 조금 줄이면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저자는 서점 운영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점이 있지만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직접 살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은 2부의 글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부장적이거나 남성 위주의 사고를 어릴 적부터 접하거나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글들이 그랬다.

어쩌면 도시에서 그대로 살았다면 몰랐거나 알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부터 전원생활을 하고 살림을 살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을 혼자서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주제를 다룬 책으로 지역 학생들과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요즘 아이들의 생각도 알아간다는 글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의식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지역으로 와 아이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