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부, 달 밝은 밤에 케이팩션 1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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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목멱산에서 느닷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만 천하에 드러나고 단서를 쫓아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서울 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한류문화콘텐츠 산업에 선정된 작품인 만큼 스토리도 탄탄하고 제대로 된 고증을 거친 작품인듯하다.

요즘 세상과 달리 과학적인 도구와 최첨단 기술이 없는 가운데 죽은 자의 사인을 밝히는 검험 즉 검시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와 그것을 이용한 방법에 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단서가 가리키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여느 스릴러 작품처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한류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겐 다소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가 많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연사가 아닌 경우 부검을 해서 사인을 밝히는 과정을 이미 고려 시대부터 시행해왔고 이를 세종대왕 때 보다 더 체계적이며 쉽게 주해를 더해 책을 편찬해 요즘 말로 매뉴얼화해서 널리 반포했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검험 산파로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성부 수사파 아란은 그 출신부터가 조금 남다르다.

비록 서녀이긴 하지만 양반가의 그것도 권세를 떨치고 있는 판부사의 서녀라는 것부터 그렇고 그런 그녀와 짝을 이뤄 검험에 참관하게 된 남자 윤오 역시 출신이 예사롭지 않다.

선왕의 자식 즉 왕제로 태어났으나 이미 세상에는 죽고 없는 몸이 되어 중인 신분의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굴곡 많은 인생

이렇게 현재의 신분은 한미하지만 남다른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목멱산에서 발견된 6구의 시신을 비롯해 같은 날 빈집 화재에서 발견된 또 다른 시신의 사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6구의 시신이 있었던 목멱산의 사건은 그중 5구의 시신의 상태를 보아 그곳이 석빙고였고 시신 역시 오랫동안 그곳에 비밀스럽게 안치되었음이 드러났고 나머지 1구의 시신 즉, 다른 시신들의 상태와 확연히 다른 상태였을 그뿐만 아니라 의복의 상태로 보아 고관 대작가의 사람임이 분명한 그 시신의 정체가 병판 대감의 외아들임이 밝혀지면서 주상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둔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한 가운데 검험을 하지만 뚜렷한 증좌는 나오지 않고 누가 흉수인지를 밝혀내는 일 역시 요원하다.

또 다른 시신에서는 살해후 불을 질러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시신의 몸 안에서 장기가 사라진 것을 밝혀내면서 얼핏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이지만 협조해 줘야 마땅한 병판부터 판부사 영감까지 은밀하게 손을 써 두 사람의 수사를 저지하는 가운데 보란 듯이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의심스러운 시신이 나올 경우 검험을 통해 사정을 밝혀내는 것이 당연하게 이어져왔지만 뚜렷한 법적 근거나 그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억울한 죽음도 묻히는 게 당연하던 시절

게다가 검험하는 자의 신분 또한 공노비이거나 다모와 같은... 관료들의 눈으로 보면 벌레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들이다 보니 그들의 경험과 능력은 쉬이 묻히거나 잊히기 마련이었고 얼마든지 죽음의 사인조차 바꿀 수 있었던 시대였다.

아란은 자신의 부모처럼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도록 노력하지만 그녀의 신분으로는 사인을 밝힐 순 있어도 그걸로 어찌할 수조차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란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보여준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 검험에서 드러난 증좌가 아닌 다소 뜬금없는 장치를 이용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쉽지 않은 용어로 인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재도 그렇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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