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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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심도 있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제시 버튼의 신작 컨페션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으로 살고 싶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의 엄마로서 혹은 누군가의 아내로서의 여성이 아닌 오롯이 본인 자신으로서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컨페션은 전작들처럼 긴 호흡으로 주인공들의 삶에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놓아 그녀들을 따라가면서 숨겨진 이야기의 뒷면을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자신이 태어난 직후 떠나버린 엄마의 존재를 항상 그리워하며 알고 싶어 했던 로즈는 어느 날 아빠로부터 은둔하고 있는 소설가인 콘스턴스 홀든과 엄마가 연인 사이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와 함께 엄마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 역시 그녀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를 찾으면 엄마의 행방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그녀에게 접근하고 싶어 한 로즈는 출판사 측의 오해로 구직자인 척 신분을 숨긴 채 로라라는 이름으로 홀든 앞에 나선다.

2편의 소설 출간 성공 후 은둔한 채 오랜 세월 신간을 내지 않았던 콘스턴스의 소설을 타이핑하는 일을 맡게 된 로즈는 연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일을 하면서 점점 그녀에게 매료된다.

세 사람의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컨펜션은 로즈와 그녀의 엄마 앨리스의 시점으로 1981년과 2017년을 나눠 전개되고 있다.

두 여자의 중심인 콘스턴스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처음부터 명확하게 알고 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입이었다면 앨리스와 로즈 모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게 뭔지 알지 못한 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타입이었다.

자기 신념이 확고하지 못한 사람이 뚜렷한 자기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게 앨리스에겐 연인 간의 사랑으로 로즈에겐 애정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두 사람이 콘스턴스에게 매료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구에게나 시선을 받고 주목을 받았던 스무 살의 앨리스가 어떻게 콘스턴스를 만나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게 1981년의 이야기라면 2017년의 이야기는 그런 앨리스의 딸 로즈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로즈에게는 몇 년째 사귄 연인이 있었고 그 연인은 수년째 사업 구상 중이다.

매번 누군가를 만나고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부잣집 아들이라 남들이 하는 집세 걱정 한 번 한적 없고 경제생활을 하지 않아도 늘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있어 여유롭게 놀고먹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연인을 보면서 로즈는 불만이 쌓여가지만 단 한 번도 그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이 그저 참기만 할 뿐이었고 누구보다 그녀가 똑똑하고 지금 하는 일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로즈의 아빠와 절친은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고 자신이 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저 머물러있기만 하고 있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던 로즈는 콘스턴스의 곁에 머물며 자신 속에 있던 다른 존재인 로라가 되면서 비로써 조금씩 변해가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은밀한 욕망과 연인 간의 질투와 질시 그리고 숨겨진 비밀을 생생한 캐릭터,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조각조각 섞어놓아 하나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낸 제시 버튼의 컨페션은 읽으면서 어떤 비밀이 튀어나올지 조바심을 가지고 읽게 만들었다.

이 세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긴 호흡으로 통해 보여주는 컨펜션은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비밀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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