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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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대신해서 부모가 대리 맞선 활동을 하면서 겪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담은 내 아이 결혼 시키기 대작전을 그린 이 책을 보면서 처음 느낀 건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였고 어쩌면 요 몇 년 계속 유행 중인 패턴 즉, 유머와 감동을 섞은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했었다.

읽어보니 처음 내 짐작은 반 정도는 맞고 반 정도는 조금 의외인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요즘 세대들이 느끼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결혼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반응을 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평소 자식의 결혼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던 부모라 할지라도 가까운 친인척 혹은 친구 중의 누군가의 자녀가 결혼을 한다는 연락이 오면 갑자기 우리애만 너무 늦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고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지카코 역시 친한 친구가 보낸 연하장에서 친구 딸의 결혼 소식을 들은 후부터 아직 28살의 딸을 둔 엄마가 아니라 마치 결혼하지 못한 딸을 둔 부모의 입장이 되어 마음이 급해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딸 도모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시작되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볼 때 딸아이가 제대로 된 연애는커녕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안 보이는 걸 깨닫는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변변치않은 급여를 받으며 별 발전이 없는 판매직 일을 하는 그렇고 그런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이성들에게 어필할만한 외모도 아닌 데다 애교적인 성격도 아닌 딸을 보면서 마냥 이렇게 딸이 스스로 결혼 상대를 찾기를 바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지카코는 남편과 의기투합해서 부모 대리 맞선 활동에 뛰어든다.

부모가 바쁜 자녀를 대신해서 맞선을 보며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 서로 맞으면 자식들의 명함을 돌려 서로의 자식들이 시간을 정해서 만남을 갖는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듯 보이고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상황인가 싶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선 시장과 큰 차이가 없는듯하다.

미리 상대의 학력이나 외모, 조건 등을 맞춰본 후 적당한 상대라 생각하면 만남을 성사시키고 몇 번의 만남 후 바로 결혼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그렇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카코와 딸 도모미의 맞선 활동은 쉽지 않다.

우선 변변치않은 직장에 평범한 외모는 연애에서도 그렇고 선뜻 이성을 끌어들이기엔 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

당연하지만 세 가족이 머릴 맞대고 상대의 프로필을 본 후 낙점한 남자들은 도모미를 원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나 조건이 나쁜 남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와 이런 일에 서툰 지카코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괜찮은 조건의 상대 부모로부터 면전에서 거절의 말을 듣는 일이 많아지면서 딸이 아니라 자신이 거절당한 것처럼 점점 더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질 뿐 아니라 이러다 딸이 결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처음 결혼 조건 중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했던 조건까지 수정하는 등...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이렇게 여러 번의 실패를 겪고 난 후 좋은 점은 늘 바쁘고 일에 치여 힘들다며 집에 와 짜증을 내기 일쑤였던 딸과 부부가 서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주변에서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가부장적이고 안일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것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들은 부부로 할지라도 각자 경제권을 가지고 공동으로 생활비를 내면서 서로의 개인적인 일에는 터치를 안 하는 걸 불문율처럼 여기지만 육아와 살림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고 남편은 도와준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부부와 도모미가 나누는 대화는 지금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어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무겁지 않게 유머를 섞어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는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았다.

도모미의 나이가 불과 28살인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못 할까 안절부절하며 직접 딸 대신으로 맞선활동을 하는 지카코의 모습이나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요즘의 눈으로 보면 안 맞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소설로서 보고 소설적 재미를 위해 과장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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