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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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해가는 거리에 LP만 판매하는 뮤직 숍이 있었다.

이곳에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도 혹은 제목은 모르지만 찾고 싶은 음악도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건 자신이 무슨 음악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딱 맞는 음악을 찾아주는 주인이 있었다.

그의 이런 능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겨주게 된다.

연인의 배신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쇼팽 대신 아네사 프랭클린의 음악을 권하고 육아에 지친 아내와 그런 아내를 보며 같이 힘들어하는 남자에게 아이가 들으면 쉽게 잠들 수 있는 음악을 권하는 식으로...

어쩌면 그가 하는 행위는 단순히 음반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음악을 처방해 주면서 위로와 위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랭크는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줄 알고 그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를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미 LP에서 CD로 바뀌고 있었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그의 고집으로 인해 가게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이런 틈에 이 거리를 개발하고자 부동산 개발업자까지 등장한다.

그들로 인해 거리의 사람들은 어수선해지고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협박 같은 낙서 테러가 가해지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프랭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 유니티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있었던 주변의 상인들과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했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프랭크가 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을 두려워해 다가오는 사랑을 거부하는 소심한 사람이라는 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사랑에 소극적인 이유는 몇 번의 아픔을 거친 탓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랭크의 엄마는 그에게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자산을 남겼지만 본인 스스로가 누구에게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탓에 자신의 자식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않았고 어린 프랭크로 하여금 언제나 마음 한편 이 빈 듯한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잦은 사랑의 실패를 본보기로 보여줘 프랭크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잘못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일사를 본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고 부정할 뿐 아니라 마침내 스스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땐 어처구니없게도 거리를 두고 짝사랑만으로 만족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녀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겁고 그녀만 생각하면 기쁨으로 충만하면서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프랭크

리사 또한 자신이 가진 상처 때문에 프랭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는데 그런 둘의 모습은 요즘 연애하는 세대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어필하는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곁으로 다가가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 내 또래의 연애와 닮아있어 더 공감이 가기도 했다.

마치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음악을 소개하고 그 음악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까지 곁들여진 뮤직 숍은 시대적 배경인 1988년의 분위기를 제대로 그려내 나로 하여금 마치 그 시절로 들어간듯한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음악은 전부 음원으로 듣는 요즘 LP를 듣다 점점 CD로 변화했을 때 느꼈던 그 당시의 느낌이나 추억이 생각나게 했다.

프랭크가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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