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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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삼킨다는 뜻을 가진 탄금이란 단어가 낯설어서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는데 알고 보니 형벌의 일종이라고 한다.

목 끝까지 금을 삼켜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형벌

얼핏 들으면 사치스러운 죽음이란 생각도 들지만 사람의 목구멍까지 금으로 채워 숨을 쉴 수도 물을 마실 수도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게 한다는 설명을 보면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에서도 금이 거론되듯이 책의 배경은 조선 전체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거대 상단을 둘러싼 애증과 증오 그리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돈이 연관되어 있다.

현 임금의 동기인 대군의 힘을 등에 업고 미술품을 거래해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단의 귀한 외동아들 홍랑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민 부인에게 홍랑의 의미는 엄청난 치성과 노력 끝에 얻은 금지옥엽 아들로서만 아니라 자신의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기에 목숨보다 더 귀중한 아들이었고 이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가진 재물을 아낌없이 풀고 사람을 풀어 전국을 샅샅이 흩었지만 누구도 봤다는 사람 하나 없이 행방이 묘연해진 홍랑.... 한나라의 벼슬아치들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졌지만 아들의 행방을 찾는데 이 많은 돈은 한갓 무용지물일 뿐이었고 오히려 돈을 노리고 가짜가 득실한 채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다.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진 홍랑에 대한 미스터리가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사실 상단 주 심열국에게는 또 다른 자식이 있었지만 그는 그저 이 상단의 데릴사위였고 아내인 민씨 부인이 그를 사모하고 원한 결과로 이뤄진 혼사였기에 둘 사이의 애정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민 부인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다.

표독스럽기 그지없고 평생을 떠받들어 살아온 그녀에게 씨받이 여인의 몸에서 낳은 딸 재이라는 아이의 존재는 자신의 부정당한 사랑의 증표이자 귀한 아드님이신 홍랑의 앞길을 막는 눈엣가시보다 못한 존재였고 아들의 실종 후 모든 원한과 증오는 당연한 듯 그 아이의 몫이 된다.

아비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새어머니로부터는 괄시와 천대를 받으며 자랐지만 그런 재이에게 애정을 보여준 이가 홍랑이었기에 재이 역시 홍랑의 부재로 괴로워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괴로움을 지닌 채 세월은 흘렀고 이제 이런 집안에 홍랑임을 자처하는 이가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적 기억은 깡그리 잊었다는 편한 핑계를 대며 이 집에 들어선 남자를 본 순간 새어머니 민 부인을 그대로 빼닮은 용모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그가 자신의 아우가 아님을 알아채지만 아무도 그런 재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홍랑을 보고 단박에 자신의 아드님이 맞는다고 한 민 부인의 말이 이곳에선 곧 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홍랑은 진짜 어릴 적의 그 홍랑이 맞는 걸까?

진짜가 맞는다면 그는 어떻게 사라지게 된 걸까 누군가가 상단에 대한 원한으로 꾸민 짓일까?

만약 그가 진짜가 아니라면 그는 왜 이제서야 이곳에 나타나 진짜인 척하는 걸까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로 인한 악연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새 어미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고 아비로부터는 외면을 당해 19년의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자란데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사라졌다는 죄책감까지 천형처럼 안고 죽은 듯이 살아가는 재이도 안타깝지만 양반으로 태어나 돈에 팔려 상단에 들어와 양아들 노릇을 10년을 했지만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사라진 아들의 말뚝 취급을 당하며 끝내 스러져간 무진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채 서늘한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홍랑조차도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기는 매한가지...

돈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서슴없이 행하고 돈을 위해선 천륜조차 저버리고 얻은 결과로 누군가는 과연 행복했을까

생동감 있는 문장도 좋았고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지루할 틈 없었던 것도... 그리고 곁들여 애절한 사랑 이야기까지 담아 단숨에 몰아읽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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