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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작가의 데뷔작이자 자전적 소설 성격이 강한 우주를 삼킨 소년의 주인공인 소년 엘리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아니 평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속된 말로 시궁창에 처박혀있다.
전직 마약중독자에서 이제는 애인과 함께 마약을 팔고 있는 엄마 그리고 말할 수는 있지만 언젠가부터 절대로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는 형과 함께 4식구가 살고 있는 집은 당연하게도 주변 환경이 형편없다.
그럼에도 엘리는 지금 환경에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느닷없이 이들 가족 앞에 벌어진 불행을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
사실 이 가족의 불행은 예견된 것임에도 아직 어렸던 엘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가족 앞으로 쳐들어와 눈앞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한 남자이자 새아빠인 라일이 끌려가던 순간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음을 직감한다.
어린 엘리만 제대로 몰랐을 뿐 마약을 사고팔며 거대 마약조직의 두목이자 겉으로는 지역 사회의 훌륭한 기업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타이터스 브로즈와 엮여서 좋은 끝을 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비록 마약을 팔았지만 나름대로의 양심과 도덕적인 선을 지키고자 했던 슬픈 낭만주의자 라일은 그런 현실을 몰라 어리석은 최후를 맞았다.
그리고 눈앞에서 자행된 폭력 앞에서 오른쪽 검지를 잃은 날 엘리 역시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랑스러웠던 어린 소년에서 현실을 알고 분노할 줄 아는 십대로 훌쩍 성장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엘리가 처한 환경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호주의 대도시도 아닌 작은 도시의 변두리까지 마약이 넘쳐흐르고 범죄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오히려 두려움에 떨며 피해 사실을 숨겨야 할 정도로 이들을 보호하는 게 임무인 경찰조차도 이미 선한 사람들의 편이 아닌 그야말로 무법천지 같은 세상에 살면서 든든한 가족조차 갖지 못한 채 오히려 엄마를 보호하고자 하는 엘리와 형의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보면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라는 게 슬픔을 느끼게 했다.
한참 부모에게 의지하고 보호받아 마땅한 나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일찍 철이 든 형제의 대화는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소년들을 둘러싼 주변은 온통 마약과 범죄가 들끓고 폭력과 검은 돈이 오가는 비정상이 일반적이다.
그런 이유로 형제 역시 범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형제는 뻔한 그 길을 가지 않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무한한 상상력과 관찰력을 지닌 엘리의 성격답게 이야기 자체도 현실과 상상을 뒤섞어 놓아 조금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혼돈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혼란스러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힘들 정도의 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슬픔을 배우고 인내를 키우며 조금씩 단단해져가는 엘리가 어릴 적부터 원하던 길을 한 걸음씩 나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로 치달아가는 과정에서 책의 첫머리로 다시 돌아와 읽게 만들어 모든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진흙 속에 묻혀있으면서도 반짝반짝 빛났던 두 소년 엘리와 오거스트의 이야기가 왜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