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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으로서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담배를 파는 것에 대해 항상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겐 건강을 내세워 금연하라 종용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행위는 없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카지노 영업에 대한 것도 도박을 금지하면서 관광을 목적으로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특수 지역의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들이 도박을 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는 건 앞과 뒤가 다른 행위라 생각하는 데 스노우 엔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에 의해서 불법이었던 것들이 소기의 목적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를 다루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이제껏 금지되어왔던 카지노가 국가의 공인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던 즈음 도쿄에서는 대낮에 약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본인은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오래전 수사를 하던 중 범인들이 판 함정에 빠져 파트너를 눈앞에서 잃고 남은 사람 모두를 총으로 쏴 죽인 후 경찰을 그만두고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 남자 진자이 아키라를 찾아온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
그녀는 아키라에게 시중에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신종 환각제...표면에 천사가 새겨진 일명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책임자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 약물 유통에 어쩌면 마약 단속국 내부에서도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키라 단둘만 아는 비밀유지를 해야 하며 만약 수사를 하다 경찰에 검거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그를 지켜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지만 언제나 부채감에 시달리던 아키라는 이를 승낙... 마약 판매자와 접촉한다.
그리고 그가 접촉한 마약 판매상 이사 라는 남자도 사실 평범하진 않다.
유학을 가서 현지에서 마약을 접한 후 귀국해 마약 판매상이 된 케이스지만 스스로도 마약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 해박할 뿐 만 아니라 마약 중독자 수나 도박 중독과 같은 중독자 수가 줄지 않는 이유에는 국가의 묵인 혹은 은밀한 권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들춰 의표를 찌를 뿐 아니라 전체를 냉정한 시선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성 또한 갖추고 있다.
게다가 별 볼일 없는 마약 판매상에 불과할지라도 그는 나름의 확고한 믿음이 있는데 자신의 주장 즉, 지금 현재는 불법이라 단속을 하고 걸리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주 오래전 마약이라 불리는 약물 대부분은 치료제로 쓰이거나 국가에 의해 국민들에게 처방된 전적이 있었으며 결국 불법과 합법의 경계 또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주체의 대상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을 설명하는 이사의 대사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이 마약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사고파는 담배나 합법적인 도박장 강원랜드나 카지노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마리화나와 같은 걸 합법화한 곳도 있는 데 중독의 위험성은 적은 반면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치료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손을 들어준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면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조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가와이 간지는 소설 속 마약 판매상 이사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판매자가 아니라 그걸 사는 최종 소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던가 세상에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종교 때문이라는 등... 어쩌면 궤변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오랫동안 많은 걸 생각해온 사람의 의견이 들어있었다.
한때 국가 권력에 의한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스노우 엔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벌어지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지만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 권력 역시 언제나 감시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몰랐는데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괴로워하며 오랫동안 그 범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아키라의 이야기는 데블 인 헤븐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있다.
그 편에선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