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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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유키코의 작품은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속 끈적하고 음침한 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숨기고 싶어 하는 감정을 끄집어 내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게 또 아아 싫다고 느끼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묘하게 흡인력이 있어 읽다 보면 단숨에 몰입하게 하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런 식의 작품을 이야미스라고 하는데 따로 이런 식의 작품을 칭하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나름의 독자층을 유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마리 유키코는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들 대부분이 소재도 독특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전개 방식을 보여주는데 읽다 보면 다소 황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묘하게 수긍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작품 이사는 그녀의 여느 작품들과 달리 단편으로 이뤄져 있으며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본 경험이 있는 이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새 집으로 들어갈 때가 아니면 대부분이 기존에 누군가가 살았던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데 이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궁금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집의 수명이 다소 오래된 집이면 그 집에서 온갖 일들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만약 이 집에 살았던 누군가가 사건에 휘말리거나 급작스럽게 죽은 적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새집이 아닌 집으로 이사하면서 한 번쯤 생각해봤을 찜찜함을 공포와 호러적인 요소를 섞어 놓은 책이 바로 이 책 이사다.

책 속에는 대부분 여자 그것도 젊은 여자의 시점으로 이사를 하면서 느끼는 낯선 곳이라는 장소에서 오는 불안함과 누가 살았는지 모르고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데서 오는 은밀한 공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었던 집이 연쇄살인마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고 한시도 그 집에 있을 수 없어 급히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선 여자... 이번에는 반드시 아무 하자 없는 집을 찾으리라 결심하지만 그런 강박이 오히려 화가 되었다.

새로운 집에는 눈에 띄지않는 비상 문이 있었고 반드시 그 숨겨진 문 안을 확인해보고자 한 여자... 그 안에는 뭐가 있었을까?

주부 알바로 생활비에 도움을 주고자 찾은 회사는 사무실에 혼자서 전화로 접수를 하고 불만을 응대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인데 식탐이 있는 사장의 누나라는 사람 때문에 은근 스트레스를 받는 여자

자신이 먹을 간식을 넣어둔 냉장고에서 간식이 사라지면서 더욱 사장의 누나에게 스트레스를 받던 중 우연히 책상의 안쪽 숨겨진 곳에서 발견한 쪽지는 그녀로 하여금 단박에 그곳을 그만두게 만들었다.그 쪽지에는 뭐가 쓰여있었을까?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옆집 혹은 윗집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을 터

어느 날부터 들여오는 옆집의 소음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남자는 점점 심해져만 가는 이웃집 부부의 다툼 소리와 비명소리를 듣고 경찰에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는 신고전화를 한다.

자신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기에 모른 척 묵과할 수 없었고 그의 친절에 도움을 받은 이웃집 여자는 며칠 뒤 그를 찾아온다는 벽에서는 내 집을 둘러싼 주변의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공포를 극대화한 내용이었고 로드 뷰로 자신이 사는 집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우연히 비상 구문에서 끈 같은 걸 발견하면서 이 아파트에 있었던 괴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인 끈은 오래된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벌레가 벽 틈새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구석에 있으면서 나와 같이 생활한다는 데서 오는 생활의 공포에다 처음에 소개했던 단편 문과 연결 지어 괴담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게 또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즉각적인 결말이 아닌 뒤에 가서 누군가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의 결말을 들려주는 것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옆에서 누가 죽어나가도 관심이 없는...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현대인들의 냉정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 그건 그것대로 도시괴담과는 다른 공포처럼 느껴졌다.

이사를 통해 낯선 곳으로 와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에 누가 살았을지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현실적인 공포를 잘 섞어 만든... 여름에 읽기엔 딱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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