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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평점 :
학기 중에 낯선 곳으로 전학을 와서 그곳에서 겪는 이상한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7월에 흐르는 꽃은 환상과 공포를 적절히 배합해서 특이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엮을 줄 아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모호함이 현실이 아닌듯한 분위기와 어울려 잘 모르는 것에서 오는 공포 또는 분명하지 않은 그 무엇이라는 분위기만으로도 전체적으로 으스스함을 느끼게 하는 데 이 책도 그렇다.
미치루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자주 들르던 화과자 가게에서 이상한 걸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보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경험을 어디에도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봤던 것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한 반응... 하지만 거울 속의 그림자는 자신을 따라온다.
그림자는 때론 천천히 때론 속력을 내는 듯 미치루를 놓치지 않고 따라오는데 누군가가 말도 없이 자신을 따라온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인데 그림자는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녹색이고 더군다나 거울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당연하게도 주변에는 모든 것이 멈춘 것 마냥 거리는 조용하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 하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당연하게도 미치루가 꾸는 꿈이나 환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데 이런 생각을 여지없이 깨고 미치루의 반 친구가 등장하면서 깨진다.
미치루의 친구 스오의 분위기도 어딘지 평범하지 않다.
여느 친구들이라면 미치루가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이면 당연히 물어볼만한 것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겨울성이라 부르는 돌성에 대해 뜬금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런 미치루를 기다리는 건 낯선 곳으로의 초대... 당연하게도 이 초대장을 받으면 피할 수 없다.
그곳에는 이미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들이 모여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스오도 있었지만 자신이 왜 이곳에 초대된 건지 이곳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역시 미치루 한 사람뿐인듯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여름성의 비밀.... 다 들 아는 것을 혼자만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을 작가는 어떤 특별한 장치나 도구 없이 그저 분위기만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분명 뭔가 큰 비밀이 숨겨져있는 듯한 여름성이지만 그곳에서 지내는 소녀들의 일상은 평화롭기만 할 뿐...
그 괴리에서 오는 모호함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맨머리에 쓰여있는 서시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리워하는 마음은 두려워하는 마음과 닮았다는 것의 의미를...
예전에 읽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어딘지 닮아있어 그런 모호함과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만족스러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