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수많은 문제들... 폭행, 차별, 그리고 입에 담기도 싫은 각가지 패륜적인 행동

그런 문제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대부분은 가족 간의 문제라는 이름으로 쉬쉬하거나 묵인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를 은연중에 대물림되고 모르는 새 세뇌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선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온 구전이나 소설 속에서 어떤 식으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관점을 비틀어 논점을 흐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려왔는지...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아주 어릴 때에는 흥부와 놀부 형제 중 흥부는 무조건 선하고 착한 피해자이고 놀부는 욕심 많은 가해자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조금씩 나이 들면서 왜 흥부는 능력도 없으면서 아이를 그렇게 많이 낳아 배를 골리기만 했을까 형이나 형수에게 가 구걸하지말고 스스로 일을 할 생각은 없었나 하는 시각의 변화를 가지게 되고 그런 이후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고전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성장하면서 비슷하게 시각의 변화를 느껴왔을 것인데 그래도 그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든 소설이나 구전 중에는 특히 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한 변명이나 대변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존중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당시 가장 낮은 위치에서 제 말을 할 수 없었던 여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부지기수였다.

결혼을 해 일가를 이루고 살다 남편의 무능이나 잘못으로 가세가 기울어도 늘 그 탓은 여자가 잘 못 들어와 집안이 망했다는 식이였고 책 속에서 예를 든 쥐 변신 설화나 옹고집전에서도 가짜 남편 가짜 아들 노릇을 한 쥐를 죽인 후 그 잘못의 대가를 엉뚱하게 아내이자 며느리에게 돌려 끝내는 잔혹하게 죽여버린다.

그러고도 그녀가 살붙이고 사는 남편도 못 알아보는 모자란 사람 취급을 넘어 쥐와 자식을 낳은 부정한 여자 취급으로 모두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

왜 살을 섞고 산 서방을 알아보지 못했느냐 하는 원망 섞인 질문에는 원초적인 뜻도 함유되어 있었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희생양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단죄였으나 누구도 그녀의 억울한 부분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이외에 우리도 익히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희생자나 약자는 그 집안의 며느리나 첩 혹은 몸종이라는 신분만 다를 뿐 여자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 유명한 홍길동전에서도 길동 본인이 적서 차별로 고통받다 끝내는 자신이 직접 율도국을 세워 적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해피엔딩의 결말이지만 본인조차 처첩을 했다는 부분에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작가 역시 그 부분을 꼬집고 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지만 홍길동 자신조차 적서 차별이 문제일 뿐 처첩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누구의 몸에서 나오던 신분 여하를 가리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그 능력에 맞는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평등... 거기에도 여자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자신들의 밑이거나 심지어 고려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 걸 보며 그 시대 여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고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전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들고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장화 홍련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러고 보면 번듯한 양반 집안에서 왜 과년한 딸을 혼사 시키지 않고 둬서 후처와 갈등을 빚도록 방치했을까 하는 문제의 제시는 타당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은밀한 짐작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알고 있었던 고전을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본 이 책은 일단 대부분 다 아는 이야기를 예를 들어서 좀 더 쉽게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시각으로 그 당시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 책이었다.

알고 보면 잔혹한 oo 동화라는 책이 한때 유행했던 것처럼 알고 보면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 많을 듯한데 유명한 고전이라 할지라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