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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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투르게네프의 단편선인 파우스트는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이 많아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인 파우스트와 내용도 그렇지만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여자들의 사랑과 파멸,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파우스트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우연히 들른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한번 보고 첫눈에 반한 여자와 세 번의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세 번의 만남은 두 사람의 만남 자체도 평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의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해 읽으면서 그녀의 존재 자체가 환상이 아닌가 싶을 즈음 마침내 그녀의 실체와 함께 그녀의 이야기가 밝혀지는데 그 사연이란 건 그가 가졌던 환상에 비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그녀의 비극이 더욱더 두드러져 보였는데 읽으면서 그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두 번째 이야기이자 책 제목인 파우스트는 주인공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하고 있다.

청춘이 지나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우연히 영지로 돌아온 남자가 오래전 자신이 청혼을 했다 그 모친에게 거절당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전 엄청난 인기를 끌고 화제를 몰고 왔던 모 드라마처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그 드라마처럼 그가 사랑에 빠진 상대 역시 이미 결혼을 해서 세 아이까지 둔 유부녀였다는...

설정만 보면 신파 드라마 같지만 그런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문학적이며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그 속에 심오한 철학과 사랑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지가 삼류 소설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인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는데 파우스트는 통속적인 소재를 가지고 그 속에 인간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파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이지만 엄마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서 이날까지 시와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그녀에게 자신이 빠져있던 소설 파우스트를 읽어주면서 점점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드는 남자

그는 그녀가 자신으로 인해 소설 파우스트에 빠져들고 마침내 자유에의 열망과 열정을 깨달아가는 모습에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속절없이 끌려들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이미 죽었던 엄마의 유령

진즉부터 딸의 그런 면 즉 예술적인 감성이 뛰어나고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어 쉽게 깊이 빠져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엄마이기에 모든 것을 가르쳐도 예술적인 부분은 억압하고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 편 모두에는 현실적인 내용에다 환상이 뒤섞여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모호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오래전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이 생각나게 했다.

특히 마지막의 이상한 이야기는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는 데 대놓고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한 남자와 그런 그를 따라나선 어느 부잣집 고명딸의 일탈을 그린 이 이야기는 가장 짧으면서도 이해가 쉽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었던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한 걸까 그녀가 원한 건 진정 자기희생이었던 걸까?

그녀는 진짜 그에게서 신의 모습을 본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종교적 신념이나 관념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거침없이 버리고 따를 수 있는 건지 많은 것을 생각게 했다.

오랜만에 읽은 문학작품이라 그런지 읽으면서도 쉽지 않았고 모호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제껏 읽은 책과 다른 색다름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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