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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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애완동물로 고양이보다 개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했는데 이는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귀가하면 반겨주는 등 애교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고양이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애교를 피우지도 그렇다고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것도 아닐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성미를 이유로 드는 사람이 많았다.

그랬던 게 요즘은 주변을 봐도 그렇고 애묘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는데 현대인들의 바쁜 삶 때문에 오히려 독립적이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신의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덕분이 아닐까 싶다.

최근 그런 사람들의 변화에 맞춰 각종 매체에서도 그렇고 책이며 웹툰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지...

그 많은 책 중에서도 이 책 고양이에 대하여가 유독 끌리는 것은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점도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고양이와 함께 해 온 애묘인으로서 지켜보고 살아보면서 느낀 것들을 특유의 필체로 묘사한 글이 너무나 정감 있을 뿐 아니라 생동감이 있어 산문집이지만 마치 한편의 소설 같은 재미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각자 세 편은 다른 시기에 발표한 글인데 이를 한 권으로 엮었지만 내용을 보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어릴 적 아프리카에서 산 이력이 있는데 이 같은 환경은 동물들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행동 즉 안 쓰는 우물에 갓 태어난 고양이를 집어던져 넣은 행위와 같은 것은 도시인의 시각에서 보면 잔인할 수 있지만 중성화 수술이 없었던 시기에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한 조치라는 걸 이해한다.

자유롭게 자라는 고양이의 모습은 도시에서의 모습과도 다르다.

사냥꾼으로서의 모습 이를테면 새를 잡기 위해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단숨에 낚아채는 상황의 묘사는 상당히 생동적일 뿐 아니라 생생해서 마치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하다.

번식기 때의 모습 역시 면밀히 지켜 보고 관찰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볼품없고 나이 든 수컷 고양이가 그녀의 자랑이자 콧대 높은 회색 고양이를 주변의 경쟁자들을 다 물리치고 차지했다는 것도 그 회색 고양이가 인간들에게 이쁘다는 감탄과 칭송을 듣기 위해 하는 행동 즉 손님이 방문하면 가장 먼저 달려나가는 특권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고고한 자태로 사람들의 감탄을 자연스럽게 불러 모으는 모습의 묘사는 재밌기도 하지만 어떤 모습일지 상상을 불러온다.

이렇게 인간의 사랑과 관심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회색 고양이와 대비되는 고양이가 바로 길거리에서 살다 그녀의 집으로 슬며시 스며들어와 4년을 함께 산 검은 고양이 루퍼스다.

루퍼스의 일화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배고픔과 목마름에 고통받다 그녀의 도움을 받은 후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고 그녀의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치 허락을 구하듯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은 루퍼스가 일개 고양이임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성실하고 인내심이 돋보여서인지 저자와는 달리 왠지 귀족 같은 회색 고양이보다 루퍼스에게 더 애정이 갔다.

그래서인지 루퍼스가 겪는 온갖 시련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고 고단한 삶이 우리의 길고양이를 닮아 있어 안쓰러움이 더했다.

고양이의 행동과 몸짓으로도 서로 통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양이와 저자는 애착관계가 있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진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양식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에서 각각의 고양이가 보이는 개성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려진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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