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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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참으로 신박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책 속에 등장인물들의 배경처럼 깔리는 서양의 음식들에 대해 너무 궁금한 게 많았는데 한 번도 먹어보기는커녕 접해본 적조차 없어 상상의 여지가 없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어떤 책에선 갓 구운 온갖 이름도 모를 종류의 빵이며 케이크에 대해 맛과 모양 그리고 요리법에 설명해 놓은 것을 볼 때마다 그 게 궁금해서 죽을 뻔했다.

요즘 같으면 웬만한 건 어디서든 찾아서 사 먹거나 여유가 된다면 현지에 가서 직접 사 먹을 수도 있고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인터넷검색으로 어떤 생김새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책에 나오는 온갖 종류의 요리며 디저트에 대한 짧은 감상도 흥미로운데 수많은 음식 중 우리가 잘 아는 문학작품 속에서 나오는 요리를 골라서 이쁜 삽화와 더불어 그 음식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고찰은 그 작품을 또 다른 재미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라고 하면 내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막 짜낸 산양 젖과 빵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고 신선할지 어린 마음에 그 맛이 너무 궁금했던 기억이 나는데 병약했던 클라라가 하이디가 사는 곳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신선한 음식들을 먹고는 건강을 되찾은 장면에 감동했던 어릴 때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서인 것 같다.

좀 더 커서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대체로 우리나라 조리법보다 좀 더 간단했던 서양 음식에 대한 관심보다는 화려하고 집집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는 것 같은 디저트에 더 관심이 갔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비스킷이랑 책 속에 나오는 비스킷이 같은 거라 생각하고 읽다 그 모양과 맛의 표현에서 어... 우리가 아는 그 과자 비스킷이 아니네 했던 기억도 나고 숲속에서 나는 온갖 과일들을 따서 생으로 얹은 케이크며 설탕을 넣고 졸여서 만든 온갖 잼은 그 맛이 상상되어 군침이 돌기도 했다.

초원의 집에 나온 잼과 젤리 그리고 설탕 졸임에 대한 비교의 글도 다락방의 꽃들 속의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에 대한 짧은 고민도 이제껏 먹으면서도 별생각 없었던 것이 저자의 글을 읽고 새삼 재밌게 깨달은 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책 속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비교해서 혹은 그 부분만 따로 떼어놓아도 아주 흥미로운 것 같다.

서양의 음식 중 디저트란 개념이 없었던 우리에게는 온갖 종류의 파이며 케이크, 타르트 등등은 음식이라기보다 화려한 눈요깃감으로서의 역할도 큰 듯한 것에 비해 우리의 주식인 밥에 견주는 서양의 빵이나 수프는 화려함보다는 역사와 정서가 담겨있어 배를 불려줄 뿐만 아니라 영혼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소울푸드로서의 역할이 큰 듯하다.

책을 서양의 코스요리의 순서처럼 빵과 수프, 주요리 그리고 디저트의 순서로 엮었는데 빵과 수프에서는 익숙하지만 누구에게나 배부름과 따뜻함을 주는 평범함을 위주로 했다면 주요리에서는 음식 소재부터 우리에게 낯선 재료가 많다. 탐정으로 유명한 홈즈의 멧도요 요리는 왜 따뜻한 게 아닌 차가워 여하는 지 여자의 허영으로 인생의 온갖 쓴맛을 본 모파상의 목걸이에 나오는 포토푀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게 왜 맛이 있다는 건지 그 맛이 궁금한 로빈슨 크루소의 거북 요리와 같이 다소 낯선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의 그 느낌의 차이랄지 온도에 대한 고민은 저자가 번역가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직업병이라 볼 수도 있는데 제목에 내세운 생강빵과 진저브래드를 예로 둔 글을 보면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같은 음식을 말하는데도 체감상 느껴지는 온도는 천양지차고 그 차이가 아마도 원작 소설과 번역에서 오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말에 공감이 된다.

어느 편을 펼쳐봐도 상관이 없고 소개하는 요리가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 어느 부분에서 이 글이 나왔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색다른 재미를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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