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금혼령 : 조선혼인금지령 1~3 세트 - 전3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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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정이었던 세자빈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충격으로 모든 것에서 관심을 놓아버린 세자 헌

그가 주위에 여자를 멀리하고 단 하루도 세자빈을 잊지 못한 덕분에 조선 백성들이 덩달아 수절하게 생겼다.

세자가 다른 여자를 보지도 들이지도 않는 건 그렇다 쳐도 백성들마저 결혼도 연애도 금지한다니... 생각만 해도 삭막할 것 같은데 당연하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지하거나 막으면 더 불타오르는 게 연애의 기본이 아닌가

그런고로 은밀히 연애를 하거나 불법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찾아 연을 맺어주는 일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여염집 귀한 따님에서 하루아침에 천하디 천한 궁합쟁이 신세가 된 예현선

그녀는 정혼을 앞두고 계모의 음모로 인해 죽다 살아나 이름을 바꾸고 팔도를 떠돌면서 남녀 간의 연을 이어주는 일을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각은 금혼령을 내린 나라의 명을 거역하는 일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멀쩡한 남녀가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 채 어언 7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이제 세자에서 왕이 된 헌은 아직까지도 세자빈을 잊지 못해 밤잠을 설치고 국정은 내버려 둔 채 하루하루 허튼 시간만 보내자 조선 천지는 결혼을 못 한 미혼남녀의 원한이 하늘을 찌르지만 오히려 이런 상태를 원하는 사특한 무리가 있었다.

이런 헌을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소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예현선을 그의 곁에 두고 그가 세자빈을 잊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요즘 말로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연애의 고전적인 방법을 시전하는 소랑

헌이 지엄하신 군왕이라는 걸 손톱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고 막대하면서 늘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걱정과 염려 어린 말에 익숙했던 헌이 신선한 자극을 받게 하고 그녀에게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자고로 연애를 확 불붙게 하는 데 연적의 등장만큼 강력한 촉매제가 없듯이 이 두 사람 사이에 강력한 연적이 등장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그 연적이 바로 소랑이 예현선이었을 적 집안끼리 혼인을 약조했던 진원

진원 역시 혼사를 앞두고 신부의 얼굴이 궁금해 몰래 예현선의 집을 찾았다 우연히 먼발치서 그녀를 본 후 가슴에 담아두었으나 현선의 계모 서 씨의 음모와 금혼령으로 인해 생으로 인연이 끊긴 아픔이 있었다.

그 역시 현선을 찾아 전국 팔도를 누빌 정도로 가슴 깊이 연모의 정을 품고 있었으나 소랑을 잡아와 옥에 가두면서 배포도 크고 재기 발랄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소랑이 자신의 부인이 되었을 현선인 줄 모른 채 그녀의 천방지축인 것처럼 보이지만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사려 깊은 마음씨에 반해 오랜 지우이자 나라의 왕인 헌과 물러설 수 없는 삼각관계가 된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으로 하고 있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나 쓰고 있는 용어 같은 건 현대적인 유행어에다 적당히 한자를 맞춰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유머러스하다.

그런 이유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거나 복잡한 정 사 이야기는 없고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다 이들이 이렇게 어질러진 인연을 맺게 된 배경 역할로 악독하기 그지없고 출세지향적인 인물인 서 씨 부인과 역시 권력을 잡기 위해 헌을 흔드는데 앞장선 병판이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에 양념을 가미하는 정도... 그래서 복잡한 권력 다툼이나 치열한 궁중정치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워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경을 빼고 보면 사랑을 잃고 그 아픔에 흔들리고 상처받은 남자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 구원해 주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

스토리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풀어놓아서 1권에서는 세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본격적인 전개는 2권부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부터 갈등과 위기의 순간이 휘몰아치면서 다소 느슨했던 전반부의 분위기를 바꾸고 좀 더 몰입감 있는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역사 로맨스로 보기보다 시대적 배경에 현대적 분위기를 가미한 로맨스라고 보면 괜찮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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