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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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코끼리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개미 그리고 그런 친구들의 말을 언제나 잘 들어주는 다람쥐

이렇게 여러 동물들이 나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룬 톨 텔레헨의 철학동화 시리즈는 짧은 이야기에 크게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심오하기 그지없다.

한번 봐선 무슨 의미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다시 한번 보면 그 의미가 조금 다가오는 그런 글이랄지...

자신이 자신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냐고 묻는 거북이의 말은 천진한 질문이지만 그 질문이 던지는 의문의 깊이는 한없이 깊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자신이라는 걸 누구에게 증명해본 적도 없고 그런 의문조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의미인지 한 번쯤 사색하게 하는 질문이다.

아프다는 개미의 편지를 받고 개미의 집으로 방문한 다람쥐

개미를 위로해 주고 싶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개미가 얼마나 아픈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만히 옆에 앉아 있는다.

이런 다람쥐의 모습과 태도로 우리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크다.

함부로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다람쥐를 보면서 누군가 아파하거나 힘들어할 때 그저 곁에서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책의 가장 맨 먼저 나오는 이야기인 한 번도 넘어져 본 적 없다는 왜가리의 이야기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람쥐의 친구들 개구리 코끼리 코뿔소 개미 모두 넘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어 단 한 번도 넘어져 본 적 없다는 왜가리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왜가리 역시 스스로를 이상하다며 자책한다.

그런 모습에서 누구나 다르게 태어났는데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왜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 역시 누군가와 늘 비교하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보통의 책에선 그런 왜가리를 그 자체로 인정하거나 혹은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을 나무라거나 하는 식의 전개 끝에 교훈을 주는 말이나 글로 맺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냥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과 스스로 자책하는 왜가리의 모습으로 끝맺음을 맺는다.

글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을 해 나가도록 하는 의미에서의 공백이랄까

그래서 어렵지 않은 글로 쓴 문장과 글들이지만 쉽지 않고 뭔가 이상하게 끝맺음 짓는 이야기가 많다.

철학적 사고에 익숙한 나라에서와 달리 모든 걸 다 가르쳐주는 글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게 그래서 더 쉽지 않았던 톤 텔레헨의 글들

몇 번을 곱씹어 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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