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미스터리의 만남

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우연히 이웃집을 방문했는데 그 사람이 죽어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놀라서 당황하지만 그런 후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신고를 하는 게 당연한 순서인데 이 남자는 신고를 망설이다 슬며시 문을 닫고 그 집을 나와버린다.

그런데 수상한 이 남자의 행동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다음 순서는... 동영상을 찍은 사람은 그가 왜 이렇게 수상한 행동을 할까 의심을 하고 그 의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될듯한데 당연하지만 그런 평범한 수순을 밟지 않는다.

일단 동영상을 찍은 사람은 그 집에 이미 죽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로 그 남자를 협박하면서 그 집으로 다시 가서 뭔가를 가져오라 요구한다.여기서부터 평범하지않다.

이렇게 보면 엄청 큰 사건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죽은 사람은 잔인하게 살해당했거나 피를 흘리는 모양새는 아니라 얼핏 보면 나이 들어 죽은 자연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를 처음 발견한 걸로 보이는 남자 유사쿠는 왜 평범하게 신고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는 뭘 숨기고 있는 걸까 하는 문제가 남는데 그 문제라는 것도 들여다보면 별다를 것이 없다.

이웃집 노인이 죽은 탁자 위에 두 개의 찻잔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 어쩌면 자연사가 아니라 사건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판단을 하고 복잡한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평범한 이유로 그 자리를 회피한 것이 누군가의 의심을 산 것

그리고 그를 협박해서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협박범인 히로토 역시 그 집에 들어갔었던 누군가를 숨기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긴장감이 풀어진 순간 다른 상황이 발생해 긴장감을 높여준다.

집안에 있었던 시신이 깜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지만 두 사람 외에 그 집의 노인이 죽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시신을 찾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는 가운데 사라졌던 시신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시신이 죽은 사람의 조카에 의해 발견되지만 그 조카의 행보도 수상하다.

이렇게 얼핏 보면 고독사로 보이는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행보에는 어딘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고 모두가 뭔가를 숨기려고 한다.

시신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쿠와 히로토는 발품을 팔지만 형사나 탐정이 아니라 그저 권고사직한 중년 남자와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일 뿐인 두 사람은 엉성하고 서툴기 그지없는데 그런 엉성하고 서툶 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무리에서 뒤떨어진 낙오자이기에 죽은 사람을 둘러싼 소문과 루머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일반적이기보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에다 자신이 대상이었을 때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제대로 갚아준다.

고독사 라는 평범하지만 사회성 있는 소재에다 약간의 미스터리를 가미하고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뿌리를 더듬어 가다 의외의 사건을 만나고 해결한다는 그물망식 해결법이 흥미로웠던 문을 열면은 생각했던 강력한 사건성도 없고 복잡한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해 가독성을 높였다.

일상과 미스터리가 제대로 잘 섞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