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느끼는 것이 내 자식이라 할지라도 10대 사춘기 때 아이들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무작정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그 시기의 아이들은 마치 이제까지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정 변화가 심하고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늘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심지어 아이를 키운 적이 있는 나 같은 경우도 그런데 자신의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십 대의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너태샤가 갈 곳 없는 10대 소녀 사라를 아무런 사심이나 보상 없이 맡겠다고 한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안다.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 너태샤는 별거 중이던 남편 맥이 이혼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도 그리고 그 남편이 평소처럼 깊은 생각이 나 고민 없이 갈 곳 없는 사라를 동정심만으로 덜컥 맡겠다고 한 것도 받아들이고 그런 이후로 사라 역시 자신의 책임하에 두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다.

단지 그녀는 사람들을 사귀는 게 쉽지 않고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것이 서툰 사람일 뿐이지만 그녀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도 그녀를 차갑고 이성적이며 냉소적으로 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같은 입장이지만 남자인 맥은 너태샤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여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화가 났었다. 그는 너태샤를 똑똑하지만 차갑고 너무 냉정하다 생각한다.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이고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남자인 맥은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어디를 가나 여자들로부터 호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서로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결국은 잘 되지 못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이지만 두 사람의 결별이 너태사에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에 비해 맥은 큰 영향 없이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잘 살고 있고 연애 문제도 순탄하게 잘나가는 듯 보여 책을 읽으면서 내내 너태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맥이 얄밉게 느껴졌다.

이렇게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두 사람에게 고집 세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면서 내성적인 십 대 소녀 사라가 섞여 들어온다.

그 부부의 눈에 사라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를 말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쉽지 않은 아이였지만 더 이상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어 하는 너태샤에 비해 맥은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하지만 그런 결심과 별개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부분 너태샤인데 그녀의 태도 문제 때문인지 사라는 그런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마음을 열지도 않아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애정을 놓치고 길을 잃어버린 부부와 그 부부 사이에서 여러 문제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자신의 세계에 빠져 위태로운 십 대 소녀의 방황기가 담겨있다.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사라는 솔직히 사랑하기가 쉽지 않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그녀라 할지라도 자신의 말인 부에게 가지는 애정만은 진짜여서 부를 지키기 위해 그 아이가 하는 노력은 애처로울 정도다.

십 대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대로 문제가 있어도 혼자서만 고민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는 모르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선택을 해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하는데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던 사라에겐 할아버지와 말만의 세상의 전부였기에 느닷없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선택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책 속에는 사라가 자신의 말인 부에게 느끼는 절대적인 애정과 더불어 소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 역시 잘 표현하고 있는데 아이가 말과 교감하는 장면들은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달아난 소녀와 그 소녀의 뒤를 쫓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본 너태샤,그리고 늘 가볍고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던 맥이 한 아이를 맡으면서 책임감을 배워가는 모습을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으로 그려낸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로 같은 마음이면서 다른 방향을 보는 세 사람이 과연 어떻게 될지 전작처럼 안타까운 결말을 맞는 건 아닐지 끝까지 긴장하며 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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