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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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가장 좋았던 남자 후지마루는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졌다.

음식을 배달하러 간 T 대 자연과학부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는 모토무라가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세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빠져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랑은 희망이 없다.

그녀 모토무라는 애기장대와 사랑에 빠져 누구를 사랑할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도 이유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이런 다소 특이한 모토무라를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후지마루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는 요리밖에 몰랐고 요리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요리로 그녀의 연구를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그의 사랑이 부담스럽기만 한 모토무라

모토무라는 뇌도 없고 사랑도 없고 감정도 없지만 그럼에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에서 평온함을 느끼는데 이에 비해 서로를 사랑하고 그 감정이 영원할듯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면 미워하고 오해하다 결국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연예관계에 대해 의문과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금은 특이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고 사랑을 전해 결국은 그 사람을 돌아보게 한다는 러브스토리를 예상했지만 미우라 시온의 사랑 없는 세계는 그런 예상을 뒤집는다.

후지마루는 그녀의 연구를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그저 자신이 잘하는 요리로 그녀의 배를 채워주고 그녀의 성과에 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뿐 자신의 사랑을 어필하지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그녀모습을 사랑하는 후지마루의 사랑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그가 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평범한 사랑이기보다 자신은 잘 모르는 분야에 열중하고 거기에 모든 힘과 정성을 쏟는 사람에 대한 동경과 경애의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목인 사랑 없는 세계는 이중적인 의미인듯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는 식물들이 번식하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두 사람의 연결될 수 없는 로맨스를 뜻하기도 하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애기장대를 연구하는 모토무라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데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단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런 지루할 수도 있는 연구에 전념하는 모토무라의 열정에 조금 공감하게 되면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는 후지마루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고 그가 그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가 된다.

식물과 사랑에 빠진 여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평범하지 않는 러브스토리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묘하게 후지마루의 사랑이 이해가 되는 건 역시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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