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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십 대 때 갑자기 찾아온 성 정체성의 혼란을 그리고 있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의 원작 소설이다.
1편에서는 캐머런이라는 소녀가 자신의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괴로워하고 느닷없는 부모의 죽음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다 원치 않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들켜버린 상황을 그리고 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왜 소설의 원제가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인가 하는 의문을 풀어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할 수 없겠지만 캐머런이 십 대를 지냈을 무렵인 1980~90년대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는데 특히 종교계에서부터 이런 성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나쁜 물이 든 것처럼 혹은 정신병의 일종으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었고 고칠 수 있는 질병처럼 여겼었기에 캠의 보호자인 이모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시설에 조카를 의탁한 것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한창 예민한 10대인 캠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남과 다른 자신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자유를 속박당하고 감시하에 있게 된 처지를 좋아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캐머런이 들어간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곳에서는 그녀와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부모로부터 맡겨진 아이들을 위한 교정 시설 같은 곳으로 그곳에서 하는 교육이란 게 종교와 성경을 힘을 빌려 아이들이 스스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는...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예전의 동성매력장애로부터 새롭게 태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하는 걸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공간조차 감시하에서 늘 면담이라는 걸 통해 주입식으로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걸 마치 세뇌시키듯 하는 릭 목사와 리디아
그들은 자신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믿고 맡긴 부모를 대신해 그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고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더욱 혼란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혼란을 마치 방관자처럼 한발 떨어져 지켜보던 캐머런은 하나님의 약속에서 하는 교육이란 게 그저 심리학에다 유사과학을 접목해서 과거를 부정하도록 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는 걸 하나의 사건을 통해 깨달으면서 탈출을 결심한다.
그곳에서의 탈출은 단순히 자유를 억압받는 곳에서의 탈출이 아닌 스스로를 속박하던 죄의식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과거로부터의 탈출이었으며 본인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캠이 겪는 성 정체성의 자각 그리고 이로부터 오는 혼란과 죄의식을 벗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과정이 치열하게 그려진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소설로도 좋았지만 영화적 소재로도 상당히 흥미로웠을듯하다.
영화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캠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