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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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박완서 작가님

출간하신 책도 많지만 같은 책이라도 시대를 따라 새롭게 재출간한 책도 많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서 시대를 아울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품마다 작가가 쓴 서문이나 후기만을 모아놓은 책인데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서 작가의 후기나 서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 나에게도 이 책은 단순한 작가의 감상을 적은 후기 같은 게 아니라 뭐랄까 마치 작가가 옆에서 차근차근 말씀하는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하나의 작품이 나온 배경이나 그때의 시대적 상황 그리고 글을 쓰면서 느낀 감상 같은 게 담백하게 쓰여있어 수식어가 많거나 꾸밈이 많은 글을 읽을 때의 피곤함이랄까 그런 게 없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작가임에도 언제나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게 인상 깊었다.

소개된 작품 중에는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 많아 서문에 쓰인 작품에 대한 글을 읽고 그 책에 대해 호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작가의 데뷔작인 나목에 대한 깊은 애정도 인상적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것에 대한 애틋함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듯이 작가 또한 그러한데 스스로 평하신 나목에 대한 평 즉 평론가의 대단한 평가보다 독자의 사랑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쓰신 글에서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작품 중 6.25전후 배경이 많은 건 작가가 그 시기에 청춘을 보낸 경험치에서 우러나온다는 것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 엄마의 말뚝 2는 쓰고 나서 쓴 것을 후회했던 당시의 절절한 심정 또한 침묵과 실어의 발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서문이나 발문을 통해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 만 아니라 다른 작품 즉 출간 당시에는 말하지 않았거나 말할 수 없었던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 혹은 사연도 풀어놓아서 단순히 작가의 후기를 적는다는 느낌보다 좀 더 개인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작가의 글에서 느끼는 친근감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1998년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의 서문에서는 줄어드는 독서인구와 특히 단편을 더 잘 안 읽힌다는 걸 알면서도 단편집을 책으로 출간해주신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글이 와닿는데 모든 서문과 후기에 빠짐없이 책을 출간해준 출판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기하신 작가의 겸손한 태도와 맞불려 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창밖은 봄의 서문에서 작가 스스로 쓴 박완서 연보에서 마흔이 넘어 글을 써서 당선되기까지 작가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릴 적부터 작가의 꿈을 꾸고 많은 필사와 습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어 의외의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작품에서 소박하고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소탈하고 친근감 있는 글을 쓰신 것처럼 서문이나 발문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서문이나 발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작품을 끝낸 후 쓴다는 특성상 본 작품보다는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고 그래서 어쩌면 좀 더 작가의 본심이나 평소의 모습이 더 드러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서문과 발문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을 생각을 했다는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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