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여섯 살 파비오에게는 남들과 다른 게 여러 가지 있다.

일단 남들에게는 한 명 혹은 두 명뿐인 할아버지가 열 명이나 있고 그 할아버지들은 모두가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이며 파비오 또한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들처럼 미치광이가 된다는 저주에 걸려있다.

뿐만 아니라 또래의 친구들이 아는 걸 몰라 또래와 어울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파비오가 불행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파비오에게는 매일매일 번갈아가며 낚시를 하거나 사냥을 하는등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가 있고 그 할아버지들이 가르쳐주는 것들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소년에게 걱정거리는 그저 마흔이 되기 전에 결혼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뿐 매일매일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아이에게 아버지가 쓰러져는 사건은 많은 걸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주변 사람들이 미치광이라고 보는 할아버지들은 사실 빈부격차를 주는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종교를 부정하는 괴짜들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자신들과 다른 삶을 추구하는 그들이 미치광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처럼 마을 사람들 역시 파비오의 할아버지들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공동체에 받아들이길 거부하기 바쁘다.

파비오가 자신들의 가족이 남들과 다르다는 자각을 하게 되는 계기는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이다.

가족들 속에서는 이런 다름이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발 떨어져 자신의 가족을 들여다보고서야 이런 다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극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게 바로 아버지의 사고다.

아버지가 의식 없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할머니와 엄마가 온갖 고생을 하는 걸 보면서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걸 깨닫게 된 파비오가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섞이기 위해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는 순간 사람이 비겁해지는 찰나를 경험하게 된다.

남과 조금 다르지만 파비오가 가진 순수함과 아이다운 천진함은 우리를 웃기게도 하고 눈물 나게도 하는데 10살이 넘도록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는 모습에선 소년의 순수함을 그리고 그런 아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한 엄마의 거짓말에는 동조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들에게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 빠뜨리고는 스스로 헤엄치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인생은 바다 위에 떠올라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거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이 책은 파비오라는 소년의 성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보통의 사람들 시선에서는 엉뚱하고 가난하기도 한 파비오와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느긋하게 즐기는 삶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따뜻함과 유머 그리고 엉뚱한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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