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엄마가 산다
배경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아들 사이도 그렇듯이 엄마와 딸 사이엔 유독 진득한 뭔가가 있다.

나는 그걸 애증이라고 말하는데 어릴 때 잔소리하는 엄마가 짜증 났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딸들이 아마 나와 비슷한 결심을 했으리라.

엄마 세대는 시부모님을 봉양하고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살았으면서도 늘 뭔가를 더 못 줘서 미안해하는...

그래서 그런 엄마에게 짜증을 많이 내고 타박을 하면서도 늘 미안한 맘이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나 역시 아이를 낳고 보니 더더욱 엄마가 안쓰럽고 고맙게 느껴졌다.

이 책 속의 모녀관계도 그렇다.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우면서도 말로 표현해본 적이 없어 사랑한다는 말로 하지 못하고 애정표현에도 익숙하지 못해 걱정과 사랑을 본심과 다르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는 걸로 표현하는...

아니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라 더더욱 애착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건 아마도 서로에게 서로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미혼모로 혼자서 딸을 키우낸 엄마 순희에게 딸 연화는 공부도 잘하고 힘들다는 대기업에 척 붙어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존재였지만 그런 딸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덜컥 사표를 내고 집으로 들어왔으니 엄마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화를 내고 소리치기보다는 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연화에게도 할 말이 있는 것이 혼자서 자신을 키우고 뒷바라지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에 다니는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스스로 돌아보니 그저 그런 직장인일 뿐이라는 자각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강제 휴식을 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가 하는 하숙집으로 돌아와보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엄마는 딸에게 하숙집을 물려주고 뒤늦게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며 대학에 입학한다.

싫어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꾸역꾸역 엄마가 해오던 일을 대신하는 딸은 하숙생들의 아침밥을 해주고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엄마가 자신에게 하던 잔소리와 간섭하는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늘 부채처럼 느껴졌던 엄마를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된다.

비로소 엄마를 그저 자신의 엄마일 뿐 아니라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던 한 여자로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결정을 지지하게 되는 과정이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져있다.

연화가 출산을 하면서도 엄마를 애타게 찾는 장면에선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을 듯한데 왜 그렇게 엄마를 찾게 되고 엄마를 봐야 안심이 되던지... 또 엄마 순희와 딸 연화의 서로 툭툭하듯 하는 대화도 극히 현실적이어서 마치 우리 엄마랑 하는 대화를 보는듯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밑바탕에는 애정이 묻어나는... 그래서 더 몰입해서 본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단순히 두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 좁은 방에 여럿이 모여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독수리 5형제나 오랜 꿈을 못 버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면서 하숙집에 사는 여자, 객지에 와서 돈을 벌기 위해 있는 이곳에 사는 남자, 여기에다 엄마 순희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여대생 등 팍팍하고 애달픈 각자의 사연까지 버무려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대부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