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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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티를 마시는데 따르는 여러 가지 에티켓이 있고 그 에티켓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교양이 있고 없고를 판가름한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비슷해 차를 마시는 데도 법도와 절차가 있어 이를 다도라고 하는데 특히 동북아 쪽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특히 다도에 민감함을 넘어 정신 수양의 척도로 삼기도 했다.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는 바쁜 시대를 살면서 온갖 복잡한 절차와 순서가 차 맛에 뭐 그리 영향을 미칠까 의구심도 들고 밑바탕에는 이런 차 한 잔을 마시는데도 복잡한 절차와 순서를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예로부터 그런 걸 즐길 여유가 있는 기득권층이 자신들만 즐기기 위해 만든 음모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용히 정좌해서 차 한 잔을 음미하는 모습은 확실히 풍류가 느껴지고 어딘지 여유로움이 느껴져 다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수십 년째 같은 다도 수업을 다니면서 여전히 다도를 배우고 그 맛을 즐기는 모습이 사뭇 여유로워 저자가 왜 바쁜 일상을 쪼개 이런 시간을 갖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다도 수업 자체가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움이 넘치는 곳에서 느긋이 진행되는데 그 모습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차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모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짧게는 몇 년에서 수십 년째 같은 수업을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졸졸 흐르는 물이 담긴 돌 대야에 손을 씻으면서 정결히 한 후 마루에 올라 그날 그날에 따라 다른 글귀를 써놓은 족자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놓아둔 꽃을 보며 정좌해서 절을 하는 모습은 다도 수업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법이나 차를 우려내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함께 하며 그 계절에 맞게 차를 진하게도 우리고 연하게도 우릴뿐 아니라 찻물을 끓이는 것도 달리하고 그에 곁들여내는 간식의 종류를 보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봄에 어울리는 간식이나 여름, 가을, 겨울의 차에 어울리는 간식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차 맛과 어우러지는 그 맛의 차이를 표현하는 글을 보면서 저자가 참으로 이런 묘사에 탁월하구나 싶어 감탄하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표현도 멋지지만 갈색 표면 속에 초록색 앙꼬가 들어있는 만주를 봄에 내놓는다거나 사회에 나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부족해 고민하는 어린 제자에게 꽃은 붉게 피면 되고 버들은 푸르게 우거지면 된다는 글로 위로해주는 노스승 또한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단순히 차나 그에 어울리는 간식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 것도 탁월한데 기온의 차이나 시간의 차이로 계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도 교실의 정원 한자락에 핀 꽃의 변화나 바람의 흔들림 혹은 찻물을 끓이는 풍로와 화로를 통해서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역시 멋지게 느껴졌다.

저자가 표현한 글을 보면 마치 눈앞에 그 다도 교실이 열리는 곳이 그려지는 듯할 정도로 묘사력이 탁월한 데 특히 의성어가 섞인 표현은 조용한 산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한 번쯤 이렇게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도가 이렇게 멋스럽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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