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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 사나이에 대한 애정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듯하다.
과히 그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그의 작품 곳곳에 출현하고 있는 양 사나이가 이번엔 어른을 위한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양 사나이를 보면서 늘 궁금했었다.
양 사나이란 겉으로 혹은 표면적으로는 어떤 모습 어떤 얼굴을 하고 있던지 속은 선한 양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 걸까 아니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살기 어려운 도시인들 대부분이 선한 얼굴을 숨긴 채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하는 의문
어쨌든 이번엔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크리스마스 음악의 작곡을 의뢰받으면서 시작한다.
몇 개월 전에 의뢰받았지만 도대체가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그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양 박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양 박사에게서 듣게 되는 의외의 말... 양 사나이가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을 따르지 않아 저주에 걸린 거라는 말을 듣는데 그 규칙이란 게 재밌다.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성 양 축제일에 구멍 뚫린 도넛을 먹었다는 것인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왜 하필이면 도넛일까
아주 오래전 하루키가 미국에서 살 때 특정 도넛과 커피를 즐겨 먹었다는 에세이를 본 적이 있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나면서 서양인들이 평상시 즐겨 먹는 도넛과 크리스마스가 묘하게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걸 깨닫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트리에 온갖 도넛을 걸어 놓고 하나씩 먹어치우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 어쩌면 딱딱해진 어른들의 머리에 이렇게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 하루키가 이 책을 쓴 의도가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그리고 도넛 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모습은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는 타원형의 그것
달콤하고 맛있는 도넛과 저주는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는듯한데 도넛 하면 당연한 그 구멍과 저주를 연결하는 기발함이란 ㅎㅎㅎ
저주를 풀기 위해 聖 인이 했던 대로 구멍을 파기 시작하고 2m 남짓한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지면서 만나는 낯선 세상 그리고 그곳에 사는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구멍 속으로 떨어져 그곳에 사는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는 부분은 확실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부분인데 이렇게 재미나는 상상이 이우일의 재밌는 삽화와 어우러져 마치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해 보면서 유쾌함을 느끼게 했다.
그림을 펼쳐보게도 하고 겹쳐 그려놓기도 하는 등 아이들의 팝업북같이 구성해놓은것도 그렇고 내용도 기발한 이 책은 크리스마스를 유쾌하고 즐겁게 보내라는 작가의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