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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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다소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는 법이 문학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비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폭력과 정의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상당히 재밌고 흥미로웠다.

일단 소개되는 영화나 책이 대부분 많이 알려진 것들이라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나 책 속의 한 장면이나 아니면 중요한 포인트 부분들과 매칭 시켜 설명하고 있어 더 와닿았다.

영화나 문학에서 왜 그렇게 많은 법정 장면이나 법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영웅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영웅의 부재는 법의 필요성을 대두시켰고 법이 영웅의 빈자리를 차지해 억울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도와 정의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1장 법의 이면에서 주로 다뤄지듯이 법이 반드시 약자의 편을 들거나 아니면 선한 자의 편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한 잣대를 대어야 한다는 명분을 버린 채 부자이거나 힘이 있는 사람의 편에 서서 교묘하게 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같은 법 조항이라도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법정 씬에서의 충격적 반전으로 기억되는 영화 프리이멀 피어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법은 진실의 편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모든 국민의 기본 권리이자 법의 근간인 법앞의 평등에 대해 과연 그런지에 질문을 한다.

그 대상이 성매매 여성이라 할지라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지 왜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평등권을 당연한 듯 침범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법의 이중성에 대해 충분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2편에 다뤄지는 정의와 편견 역시 흥미로웠는데 자신을 정의롭다 생각하고 정의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독선으로 흐를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즈 러너에서 스스로를 옳다 생각해 정의의 사도라 자치하는 사람들이 행하는 폭력이라든가 채식주의자에서 딸에게 억지로 육식을 먹이는 아버지는 물론이지만 딸 역시 채식을 하는 자신만이 옳다 생각하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 즉 육식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 아닌 틀리다는 인식 역시 독선임을 꼬집고 있다.

꼭 육체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 이런 독선적인 생각 역시 타인에 대한 폭력의 하나라고 보는 의견은 확실히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또한 만연해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작품 앵무새 죽이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는데 비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읽어왔던 동화 빨간 모자 아가씨는 단순하게 교훈을 주는 동화로만 생각해왔을 뿐 한 번도 남녀평등의 시선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우리가 얼마나 이런 편견에 젖어있고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교육되고 있었는지를 깨달으면 소름이 끼친다.

이렇게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의와 폭력의 모습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라는 데서 더 놀라움을 준다.

우리가 옳다고 행하는 것이 반드시 정의이고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리고 지금은 옳은 정의지만 세월에 따라 혹은 정의를 수단으로 다루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정의의 기준은 변할 수도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읽거나 보면서 느끼거나 뻔히 드러나보이는 부분 외에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거나 혹은 알지 못했던 부분에서의 법과 정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 있는지를 책을 통해 깨달으면서 새삼 그 중요성을 자각하게 했다.

눈 똑바로 뜨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그게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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