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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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연히 마주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여자

하지만 말 붙일새도 없이 스치듯 지나쳤고 그 남자를 잊지 못해 오랫동안 찾아 헤맸지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으로 만나게 된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한다니... 이렇게 만 보면 마치 무슨 삼류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그런 뻔하고 통속적인 소재를 자극적이거나 사랑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모든 걸 사랑 때문이라는 식으로 풀어가지 않는다.

일단 가장 친한 친구인 세라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일 뿐 아니라 누구라도 친구로 두고 싶을 정도로 예쁜데도 잘난척하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도 적극적인 밝고 쾌활한 타입이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친구를 위해서 자신의 즐거움도 포기할 줄 아는 의리녀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미워할수도 없는 캐릭터...그런 세라가 없는 생활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데 그런 친구에게 내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네 애인이라는 말을 어찌할 수 있을까

로리가 침묵과 외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한다.

잭 역시 그 정류장에서의 잠깐의 마주침에서 어떤 힘을 느꼈지만 떠나는 버스를 뒤쫓기엔 너무 늦은 걸 오래 후회하던 차에 새롭게 사귄 세라의 절친이 바로 그녀임을 알았다.

세라도 로리도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선 그날을 절대로 아는 척하거나 입에 올릴 수 없기에 모른 척 외면하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세라와 만나는 동안에도 로리가 떠오르는 걸 막을 수 없어 힘들다.

이렇게 두 사람은 절친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서로에게도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서로 아는 척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몇 년을 함께 보낸다.

주인공인 연인이 서로 맺어질 수 있도록 흔히 쓰는 수법 즉 그 친구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운다거나 혹은 주인공 중 한 사람에게 중대한 일이 생겨 고통받는 걸 위로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식으로의 뻔한 전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로리는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샘 역시 연애하는 동안 끝까지 세라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 주변을 배려하는 성숙한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그 사람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묵묵히 지켜보고 상대방의 행복을 기원하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결국 두 사람이 맺어지는 걸 세라도 큰 상처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독자에게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서로 첫눈에 반했지만 1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된 로리와 샘

친구의 연인을 마음에 두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로리의 심경과 이미 세라와 연애를 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한 탓에 두고두고 방황하는 샘의 심리도 제대로 잘 표현해 공감이 많이 갔다.

반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채 오로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게 아닌 그들이 왜 맺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긴 과정을 통해 이해시키고 있다.

다소 뻔할 수 있는 소재로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12월의 어느 날은 설렘 가득하고 풋풋하지만 서툰 어린 사랑이 아니라 인내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도 아는 어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긴 여정의 끝에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아름다워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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