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터부시되다시피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캣퍼슨은 충분히 도발적이고 섹시하다.

사랑에 빠진 순간 여성이 스스로 자각하는 욕망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느끼는 죄의식 등을 스릴 있게 때론 은밀하면서도 도전적으로 그리고 있어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한 듯 보이지만 남녀 간에 느끼는 감정의 차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감정의 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첫 번째 단편인 캣퍼슨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보다 나이도 많고 무엇보다 여자의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적당한듯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주고받다 전화번호도 교환한다.

그리고 그와의 데이트에서 남자는 다른 남자와 달리 스킨십을 시도하지도 않고 마치 어린 소녀를 대하듯 여자에게 거리를 두는데 오히려 그의 그런 태도가 여자로 하여금 그와 적극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드디어 그와 한 키스는 여자에게 놀라움을 줄 정도로 서툴기 짝이 없었고 그의 이런 모습에 그만 시들해져 버리지만 그의 정성을 거절하지 못한 결과 그와 섹스를 나누게 된다.

거절했어야 함에도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먼저 그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마음속으론 원치 않았던 섹스를 한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을 수밖에... 그 결말조차 찜찜하기 그지없다.

여자도 섹스에 있어 수동적이 아닌 뜨거운 성적 욕망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렇게 어떤 글은 읽으면서 공감도 가고 여자라면 더 이해하기 쉬운 글도 있지만 거울, 양동이, 오래된 넓적다리뼈 같은 글은 어렵게 쓰이진 않았지만 공주의 특이한 사랑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왜 왕국 전제를 넘어 이웃 왕자들을 다 마다하고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게 오래된 냄새 나는 넓적다리뼈에 양동이를 쓰고 거울에 비친 모습인 건지... 정녕 그녀가 사랑한 건 오로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뿐인 건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혼자서만 애타게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다 끝내 그녀의 무심한 손에 살해되버린 남자도 보통의 사고를 가진 나에겐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것도 그리고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더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마치 으스스 한 잔혹동화를 한 편 보는듯한 느낌이 색달라서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자기애의 모습을 그린 작품 룩 앳 유어 게임, 걸 역시 비슷한 성향의 소녀가 등장하지만 공주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직 사춘기 소녀라는 점인데 사춘기 때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숙한 공주의 사랑법과는 그 색깔이 다르다.

더럽고 노숙자이면서 어딘지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의 초대... 분명 위험하고 자기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하기 쉽지 않고 밤에 부모를 속이고 그에게 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늦도록 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진 사건에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진 소녀를 보면서 10대의 소녀들이 왜 그렇게 쉽게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지 그 일면을 살짝 들춘 느낌이었다. 모든 삶에 자기가 주인공이라 착각하는 건 10대 때만 통하는 법

이외에 어릴 적 성적으로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남자를 성인이 되어 처녀 파티에 게스트로 초대해 어릴 적 스크린을 통해 꿈꿨던 그 동경을 실행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풀장의 소년은 왠지 모르게 속시원한 느낌이었다.

남자들만 이런식의 모임을 가질수 있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성적 일탈을 감행할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품 대부분이 은밀한 여자들의 성적 갈망과 동경 그리고 그런 관계에서 여자들이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그리고 있는데 그 표현방식이 지극히 섬세한듯하면서도 대범하고 은밀하면서도 강렬하다.

어쩌면 작가가 여자이기에 이런 글이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깊은 곳에는 혹시 하는 두려움이 있고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거절해야 할 때의 부담감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들의 속마음은 남자들은 제대로 알지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밀한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캣퍼슨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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