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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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잦은 다툼은 소녀 메레디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마침내 어느 날 밤 느닷없이 짐을 싸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로 가족은 갈라지고 말았다.

메레디스는 비틀스의 음악을 틀어놓기를 좋아하는 아빠를 사랑하는 아이였고 이 갑작스러운 이별은 아이에게 충분히 충격을 줬지만 엄마는 자신의 상태에 매몰되어 메레디스와 아기 매튜를 돌볼 여력이 없다.

외할머니의 집에 와서부터 침대에 누워 아이들을 돌아볼 생각도 할 여력도 없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 편에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엄마 말을 잘 들으라 당부하는 할머니

아빠가 보고 싶고 그리운데 매일 슬퍼하는 엄마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 메레디스를 붙잡아 준 양봉가인 할아버지였다.

과묵해서 별로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시하지는 않지만 외롭고 슬픈 메레디스에게 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게 한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의 의도대로 메레디스는 이내 벌들에게 매료된다.

작디작은 벌들이 서로를 어떻게 도와 벌집을 지키고 엄마인 여왕벌을 지키는지 그리고 단순하게 보였던 벌들의 윙윙거림에도 벌들만의 언어가 있고 서로 의사소통을 춤으로 혹은 냄새로 한다는 이야기는 어린 메레디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덕분에 아빠와 떨어져 있는 슬픔도 보살펴야 할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자신의 슬픔에 빠져 있는 엄마에게 느끼는 안타까움과 불만을 잊는 데 도 도움이 된다.

할아버지를 도와 양봉을 배우며 꿀벌들에게서 삶의 많은 것을 배우는 메레디스

그 아이에게 꿀벌과 할아버지는 유년기의 외로움과 슬픔을 잊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그렇게 꿀벌들과 함께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배우는 여러 가지 삶의 지혜들... 이를테면 봉군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미리 다른 집을 알아보고 또 여기저기서 알아본 새 집에 대해 모여서 의논한 뒤에 옮기는 모습에서 재난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자세라든가 혹은 춥거나 더울 때 서로 모여 날개를 흔들어서 열을 내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모습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든가 등등은 이후 그녀의 삶에 큰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어린 소녀 메레디스가 차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는 가족의 해체라는 슬픔을 이겨내고 주변을 돌아보고 사랑할 줄 아는 당당한 여자로 자라난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감동적으로 와닿는다.

특히 양봉을 하는 할아버지의 꿀벌을 비롯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몰랐던 꿀벌들의 세계에 대해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메레디스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그들이 비록 혈연으로 맺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정하고 묵묵히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

이야기 전체적으로 따뜻함과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동화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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