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좋은 식물

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와 과일, 나물 등에 우리도 모르는 독소가 숨어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웠다.

어떤 종류에 독이 있어 먹을 때 충분히 주의를 해야 하는 식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의외인 것은 오랜 세월 먹어왔던 친숙한 야채들 중에서도 그런 독이 있었고 심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이나 원추리나물, 옻과 같은 건 몸에는 이롭지만 독성이 있어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특히 버섯류는 알지 못하는 것은 함부로 먹어선 절대로 안 되는 것은 다 알고 있었지만 생각도 못 한 진달래, 고사리, 감, 아스파라거스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던 시금치까지 독성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가만 생각해보면 이 식물들이 처음부터 인간에게 먹히는 식용식물이 아니었었고 식물의 존재 이유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하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스스로 자손을 퍼트려 생존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식물이지만 그들의 열매나 꿀 등을 노리는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성을 키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생존전략인데 너무 오랫동안 우리 주위에서 식탁에 오르는 것이 당연시되다 보니 이런 걸 잊어버렸던 듯하다.

이 책은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식물의 성질이며 가지고 있는 영양소 어디서부터 유래가 되었는지, 어떤 점이 이롭고 어떤 점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등등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읽으면서 지구상에 참으로 많은 종류의 식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재밌었지만 생전 처음 들어봄에도 불구하고 소개된 것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흥미로웠다.

마치 어린 시절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백과사전의 해박하고 폭넓은 지식에 매료된 것처럼 이 책에도 그런 매력이 있는데 모르는 식물은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에 그리고 아는 건 아는 것대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잘 접하지 못하는 식물 중에 카사바라고 있는데 아프리카나 중남미 쪽 등 웬만한 열대우림 지역에 폭넓게 뿌리내린 이 식물이 의외의 강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놀라운데 더 흥미로운 건 그 놀랄만한 번식력이다.

아무 데서나 쉽게 자라고 빨리 자라는 이 식물을 식량 대용으로 하고 있는 지역이 제법 많은데 이 카사바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놀랄만한 이야기다.

번식력이 좋고 카사바의 맛이나 모양 같은 게 고구마나 감자와 비슷해 식량 대용으로 좋겠다 싶었는데 이 카사바가 영양분이 거의 없다는 건 왠지 배신처럼 느껴졌는데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여전히 이 카사바로 부족한 식량을 대신하고 있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선 이렇게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의 위험성만 경고하고 있는 건 아니라 흥미로운 식물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과일 키위가 미후도와의 관계며 정자를 죽이는 걸로 유명한 샐러리에 대한 진실을 비롯해 우리에게 아편의 원료로 잘 알려진 양귀비에서 아편뿐만 아니라 모르핀을 제조할 수 있으며 여기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헤로인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건 모르핀이 처음 나오게 된 이유가 아편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양귀비에서 모르핀을 추출했는데 역시 강력한 중독 현상을 보여 또다시 나온 게 헤로인이라는 걸 보면 이 중독이란 게 얼마나 끊기 힘든지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웬만한 마약과 양귀비 간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고 무슨 말인지 한자어 그대로 번역하다 보니 이해가 쉽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 위주로만 읽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었던 식물에 대해 알고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부담 없이 읽기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