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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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귀환은 다른 누군가의 파국이 된다.

작가의 전작 초크맨 역시 누군가의 귀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 사람이 몇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의 한 사건과 연결되어있었고 그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식의 전개를 보였는데 이번에도 한 남자의 귀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전작에 비해 공포가 더 가미되었다.

아무것도 볼 것이라고는 없는 폐광촌 마을 안힐로 온 남자 조 손은 이 마을 출신이면서 이곳에서 벌어진 참담한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사실 조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라곤 없는 막장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기에 이곳으로의 귀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이 마을에서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자신마저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 소식을 들으면서 조는 오래전 자신의 집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은 그가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때 자신의 동생 애니에게 벌어졌던 일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메일의 문구는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얼마 전의 그 처참했던 사건 역시 애니가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음을 직감하는 조는 그 비극을 막고 싶어 한다.

이곳에는 아무도 가서는 안되는 곳이 폐광 안에 존재하고 있는데 애니와 그 아이 모두 그곳으로 갔다 돌아온 후 이상하게 변해버린 공통점이 있다.

그곳을 들어갔다 온 후로 변한 아이들의 모습의 묘사는 책의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온몸에서 풍겨오는 이상하고 지독한 냄새, 예전과 전혀 달라진 행동들, 그리고 텅 빈 눈동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아이에게서 뭔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 죽은 시체의 모습에 가까웠고 무엇보다 그렇게 달라진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분명 우리 아이의 모습인데 우리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죽였으면서 벽에다 피로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그 엄마에게서 찾을 수 있다.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변해버린 아이를 되돌려놓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내린 선택이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것은 이미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 책에는 인간이 만들어내지 않은 공포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탐욕과 악의가 만들어내는 공포가 공존하고 있다.

특별한 뭔가가 나오는 게 아님에도 분위기만으로도 음산함을 자아내는데 여기에다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에게 보이는 적의와 숨겨진 비밀까지 더해져 더욱 폐쇄적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초자연적인 공포와 현실에서의 공포를 교묘히 섞어놓은 이 책의 분위기는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과 닮아있는 부분이 많은데 킹의 인간의 힘으로 헤어 나오기 힘든 무겁고 끝을 모르는 어둠을 힘겨워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괜찮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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