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오텀은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집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특히 그 집의 안주인인 대프니에 대한 관심은 도가 지나칠 정도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낳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양 보내야만 했던 딸을 키우는 게 바로 대프니와 그레이엄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입양 보낸 딸의 엄마를 sns에서 발견한 후부터 오텀의 모든 관심은 그 여자에게 쏠렸고 그 아이 곁에 있기 위해 그 집 옆집에 사는 남자 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유혹할 정도로 오텀은 맹목적이었다.

오텀이 벤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기상천외할 정도는 아니지만 알고 보면 오싹해지는 방법을 쓰고 있다.

우리가 늘 곁에서 무심코 사진을 찍어 올리고 몇 줄의 글을 쓴 개인 sns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정보, 즉 취미나 좋아하는 것, 가족 사항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이상형까지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사한다면 그야말로 그 사람의 상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 수도 있다는 걸 오텀이 증명해준다.

벤에 대해 조사해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그에게 접근해 완벽하게 그를 사로잡는 것

오텀은 원하는 게 있으면 상당히 집요하고 끈질기며 원하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알 정도로 영리하다.

이렇게 오텀은 그 집안을 옆집에서 몰래 훔쳐보고 있었고 그녀가 지켜본 바로는 자신의 딸을 키우는 대프니는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다.

아름답고 지적이며 우아한 데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엄마이자 남편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아내이기도 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맥멀런가는 그야말로 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부유하고 사랑이 넘치며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애정을 쏟는 매력적인 부부의 모습은 오텀으로 하여금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음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기에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오텀의 마음속에 점점 더 그들의 곁에서 자라나는 그레이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면서 조금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 곁에서 직접 들여다본 부부의 모습은 상상과 좀 달랐다.

부부 사이는 sns 상에서만큼 사랑으로 빛나지 않으며 남편인 그레이엄은 늘 회사일로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고 대프니는 아직 어린 세 아이의 양육을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워 지쳐있는 상태다.

sns 상에서 보여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유기농으로 차려진 완벽한 식탁과 서로 사랑하는 눈빛으로 다정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은 현실 속에서 조금씩 어긋나 있었지만 오텀은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벽한 가족이어야 했다.

자신은 비록 가짜로 꾸며진 인생을 살지만 그들 가족조차 그렇게 행복함을 꾸미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가짜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몰랐던 오텀의 실망감은 그녀 자체를 뿌리째 흔들어 놓고 그 탓에 그녀의 일상조차 무너져내리면서 책의 분위기도 점점 아슬아슬하게 바뀐다.

오텀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올린 sns 사진 속의 모습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며 자신의 처지와 비교, 한탄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혀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자신의 행복함을, 부를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사진을 찍어 올리는 대프니의 모습 또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런 사진을 보고 마냥 부러워하고 질투하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이런 현상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일상을 사진을 찍어 올려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공허함이 드러나는 모습이기도하다.

터질듯한 긴장감은 없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벌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위기감이 고조되다 결국은 파국을 맞는 후련함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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