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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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말해주듯이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은 모두가 살해당한 가운데 혼자서만 그들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살아남은 생존자였고 또 다른 사람은 10분만 기다리라 말하곤 사라져 영영 나타나지 않는 언니를 둔 실종자의 가족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립탐정 일을 하며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은 삶을 살며 사랑하는 연인을 둔 와이엇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의뢰가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고향 오클라호마시티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간 그를 기다리는 건 사소한 문제였지만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가 기억하는 모든 추억들이 떠올라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했던 결심은 무색하게도 자신도 모르게 추억이 어린 장소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1986년의 그날 밤... 모두가 강도에 의해 총에 맞아 죽었던 그날 밤의 기억은 다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들이 자신은 왜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누구도 풀어줄 수 없는 문제의 해답을 다시 찾기 시작하는 와이엇은 그 날밤의 기억을 더듬다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된다. 그렇다면 그 단서는 그가 알고자 하는 해답을 알게 해줄까?

또 다른 주인공인 줄리애나 역시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을 그저 견디고만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1986년 박람회가 열린 그날 밤 왜 언니는 어린 자신을 위험한 그곳에 혼자 두고 가버렸을까?

언니 제네비에브는 그날 밤 어디로 간 걸까?

언니가 사라지고 26년이 흘렀지만 줄리애나는 여전히 그날 밤의 기억에 사로잡혀 자신이 뭔가 놓친 것은 없는지 누군가 자신의 언니를 본 사람은 없는지 끝없이 자문하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신들에게 충격을 주고 큰 상흔을 남긴 각자의 운명의 밤에서 하루도 더 흐리지 않은 상태로 박제된 채 비록 자신들은 살아남았지만 이미 죽거나 사라져버린 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텅 빈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찾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자신들 스스로도 그만두자 몇 번을 결심해도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이 읽는 사람에게는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끊임없이 그날 밤에 사라진 언니의 흔적을 추적하느라 자신의 생활이라곤 하나도 없는 줄리애나와 자신이 사랑했고 우상처럼 여겼던 친구들과 첫사랑이 눈앞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기억한 채 혼자서만 살아남은 와이엇은 늘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벽이 존재함을 느끼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마치 그날 밤 자신 역시 그들과 함께 죽은 것처럼...

안타까운 건 그 두 사람도 사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언니는 더 이상 살아돌아와서 자신에게 윙크하며 말을 걸어 줄 일이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날 밤 와이엇이자 마이클인 자신이 왜 혼자서만 살아남았는지 누구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을...

답을 알면서 답을 찾아 헤매는 두 사람의 모습은 범죄의 피해자나 그 가족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 상처, 트라우마 그리고 자신들은 살아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과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 내내 벗어날 수도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이 끝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었나 하면 그들을 따라 사건 현장으로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주인공들의 비극과는 별개로 상당히 흥미로웠고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의 4대 추리,범죄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작품다웠달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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