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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키퍼
톤코하우스 지음, 유소명 옮김, 에릭 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두껍고 글씨 수가 많은 책을 좋아하지만 그림책만큼은 예외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책이든 아니면 어른들을 위한 책이든 간에 그림책은 최소한의 글씨 수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함축하고 있는 걸 선호한다.
이 그림책 댐키퍼도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홀로 마을 너머의 어둠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풍차를 돌리는 아이 피그는 친구들이 더럽다고 놀려도 사람들이
비웃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열심히 풍차를 돌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기 때문에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피그에게 먼저 다가온 친구 폭스가 자신에게 웃으며 하듯 뒤에서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고는 깊은
슬픔에 빠져 자신의 일을 잊어버린 후 마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댐키퍼는 아이들 눈높이로 본다면 그저 누구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웃으면 안 되고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지만 어른의 시각에서 본다면 피그가 자신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걸 당연한 듯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누군가를 위해선 그렇게 땀을 흘려봤는지 묻고 싶고 누군가의
노력이 비웃음이 되는 세상을 과연 피그가 홀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게다가 끝까지 사람들은 피그의 노력과 희생을 모른다.
단지 마을을 덮친 어둠을 두려워하고 달아날 뿐...
사람들이 피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깨닫지도 못하면서 그저 단순히 피그가 친구와의 우정을 되찾고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마을을 위해 풍차를 돌리는... 그야말로 동화로 끝맺음하고 있어 좀 불만스럽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피그의 노력을 공짜로 제공받았던 마을 사람들이 피그의 노력의 결과를 인정하고 고마워하며 잘못을 빌고 모두가
서로 노력하는 결말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만의 노력과 희생으로 모두가 편안해진다는 설정 자체가 솔직히 화가 나는 걸 보면 동화를 동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너무 회의적인 시선으로 본 탓이리라...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엔 그림체도 이쁘고 내용도 충분히 교육적이면서도 많은 걸 상상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를
둔 이쁜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마을을 지킨 꼬마영웅 피그의 이야기...애니메이션으로 봐도 흥미로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