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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에 눈이 내리면
릴리리 지음 / 인디펍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갓 부임한 국어 교사 현주는 조용하고 차근차근한 말투에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불쌍한 것을 그냥 보고만 지나치지 못하는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멀쑥하고 반듯한 외모의 수학교사인 지훈과 카풀을 하면서 호감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그는 결혼 한 지 2달 만에 부인과 사별한 상처남이었고 그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 두 사람의 연애를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공허하고 외로움이 스며있는 그의 눈빛과 뒷모습에 눈을 뗄 수 없어 먼저 다가간다.
어쩌면 이 두 사람의 연애는 끝이 보이는 연애였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맺어지지 못한 데에는 이런 조건보다 지훈이라는 남자가 끝내 전처를 잊지 못할 뿐 아니라 현주에게 친절하고 자상했지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은 데서 이미 그들의 끝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지훈이라는 남자와 그의 유일한 사랑인 전처와의 이야기를 현주, 지훈의 처남인 다진, 현주의 친구인 혜진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지훈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즉 지훈과 다진의 누나 다영과의 애틋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각자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들려주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보면 되는데 이렇게 보면 안타깝지만 평범한 여느 로맨스 소설이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즈음 반전이 등장한다.
20대의 청년이 된 다진이 호주로 유학을 가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바로 현주의 절친인 혜진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런 인연을 모른 채 그냥 술을 마시러 온 사람과 바텐더로서의 친분을 유지한 채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통해 지훈의 능력이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막을 수 없지만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아니 그녀를 홀로 두지 않기 위해 남자는 슈퍼맨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되돌린 것처럼 시간을 되돌려 그녀와의 추억을 잊을 틈을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되돌린 그는 행복했을까?
현주가 그에게서 느낀 공허감과 쓸쓸하면서도 텅 빈듯한 눈빛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붙잡아 맨 그에게 내린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의 사랑을 애절하고 순애보적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스스로 망각이라는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섭리를 거스른 죄를 짊어지고 홀로 묵묵히 그 고통을 견디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각자의 시점에서 덤덤하고 간결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 막힘없이 잘 읽히고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반전의 카드를 통해 전체 스토리가 달라진 점을 좋게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