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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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애 마지막이 될 라일락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불치병인 루게릭 환자이며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자신의 자유를 사랑했고 또 그랬던 만큼 자신의 삶 역시 사랑했다.

정원에 핀 라일락을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상관없이 꽃은 피고 질 것이며 올해에도 그리고 그 꽃을 바라봐 줄 자신이 없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라일락은 필 것이란 걸 깨달으며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는 감정을 절제해서 더 가슴에 와닿는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자신의 상태에 매일매일 절망하면서도 하루라도 더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삶과 자유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로 가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수많은 청원과 기자들과의 회견이 있었고 그런 그녀의 죽음 이후 나온 이 책은 당연하게도 많은 반향을 일으켜 그녀의 사후 존엄사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되는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얼마 전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삶을 중단한 사람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제는 우리도 존엄사, 인간답게 죽을 권리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치료에 의미가 없고 치료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면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또 그 고통받는 모습을 그냥 지켜봐야만 하는 환자 가족을 위해서라도 원하는 사람에겐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기에 저자가 스스로 인간답게 살고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하고자 한 결심에 동의한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면... 그리고 그런 자신의 치욕을 감당해도 더 이상 나을 가망은 없고 그저 손놓고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지가 살아있을 때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조금씩 주변 사람들과 안녕을 준비하는 그녀의 담담한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장례식에서 훌쩍이거나 작게 속삭이며 엄숙하게 애도하는 걸 바라지 않았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을 통해 이별을 준비했고 그곳에서도 슬프지만 유쾌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런 그녀의 바람을 친구들과 가족 역시 말없이 동참해 그녀의 작은 파티에 우울함과 비탄은 보이지 않고 그저 추억과 지금 현재를 즐기려고 하는 성숙된 모습만 보일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을 힘들여 해내고 기분 좋아하는 모습도 어제는 할 수 있었던걸 오늘은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느꼈던 절망감과 체념도 그리고 문득문득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과 나눌 수 없는 절대 고독의 심정도 자극적이지 않고 덤덤하고 간결한 필체로 그때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녀가 느꼈을 그 기쁨 그 슬픔 그 외로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 언젠가가 되었던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순간이 온다면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가 생각하면 나 역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한 상태로 죽고 싶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명장치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그녀의 선택에 찬성하게 된다.

인간답게 죽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고 묵직하게 와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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