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대어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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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 깨어난 여자 서린은 기억을 잃은 걸로도 모자라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이 몇 명의 여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마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가 기억하기엔 남편 태현은 다정하고 성실한 남편이었기에 그런 말을 믿을 수 없지만 그녀가 입원한 병실로 찾아온 형사의 말을 믿지 않기엔 사방에 태현이 저지른 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혼수상태가 된 연쇄살인마의 아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얻게 된 서린은 스스로의 기억을 찾아야 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서 말하는 남편의 범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 남편의 무죄를 믿으려면 우선 그가 진짜로 남들이 말하는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태현의 동생이자 그녀가 믿고 있는 정호는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도 서린이 태현에 대해 그리고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걸 반대하는 묘한 입장을 보여 서린에게 불안감과 의심을 심어준다.

동생 정호는 형의 결백을 믿는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그가 하는 행동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주인인 태현과 서린의 허락 없이 태현의 작업실을 헐어버리고 형의 흔적을 지웠으며 그녀가 태현의 친구를 만나는 걸 꺼려 하면서 진실을 숨기려 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거짓말이 서린의 눈에 너무 분명하게 보여 더욱 혼란스럽다.

동생인 경호마저 형을 믿지 않는다면 태현은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살인자가 맞는 걸까?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다.

자신의 유무죄를 증명할 용의자의 부재

그렇다면 그는 진짜 범인인가 아닌가는 형사를 비롯해 용의자 이외의 사람들이 증명을 해야 하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여기에다 저자는 용의자의 무죄를 확신하는 가장 강력한 아군인 아내에게서 마저 기억의 상실이라는 핸디캡을 주고 있다.

점점 태현에게 불리한 상황인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마저 그에겐 도움이 되지 않고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정호의 약혼자인 희주라는 여자 역시 미스터리를 더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친절함을 가장하지만 역시 피해자인 서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늘하고 냉소적이어서 뭔가 내막이 있음을 짐작게 하는 행동을 보이고...그들을 둘러싼 모두가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등 어느것 하나 명확한것이 없다.

사람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알아와도 그 사람에 대해서 전부는커녕 어쩌면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허무함이 느껴지는 데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태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서린이 느꼈을 감정이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그 사람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이란 걸 알면서도 새삼 그 사람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면 불현듯 그 사람 역시 타인이란 걸 자각하듯이 태현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될수록 서린은 이제껏 자신이 알아왔던 태현이라는 남자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의 무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

그렇다면 그가 과연 이 모든 살인사건의 진범인 걸까?

소재는 신선했지만 너무 쉽게 태현의 본모습이 밝혀지고 서린의 기억상실이라는 장치가 이야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점등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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