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신의 아이 1~2 세트 - 전2권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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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

그 아이가 모두의 주목을 받는 데에는 이제껏 호적 없이 살았다는 특이한 이력도 한몫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는 게 컸다.

여기에 와서야 자신의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마치다 히로시는 어린 나이에 범죄의 길에 접어든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보호는커녕 날 때부터 방치되다시피 자란 약물중독 미혼모의 자식이라는 비참한 환경에서 컸고 뛰어난 머리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였다.

이렇게만 보면 두뇌가 뛰어나다는 것 외엔 여느 범죄자와 별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영향인지 감정 표현이 없고 다른 사람과의 감정 교류가 전혀 되지 않는... 어찌 보면 가장 무서운 범죄자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마치다에게 세상은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곳일 뿐...

소년원을 나와서의 행적도 다르지 않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을 한결같이 차갑고 거리감을 두는 태도는 이내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꺼리게 만들고 어딘지 사회성이 떨어지는 냉정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하게 만들지만 그런 그의 태도나 행동은 차가운 말과는 다르다.

감정 없는 얼굴과 말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면서도 해야 할 일은 묵묵히 해내면서 친구는 절대로 될 수 없다 말하는 마치다의 태도는 마치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소년원에서 나올 때 가족이 없는 그에게 신원보증을 해주고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해준 가족의 일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전혀 그 가족의 일에 상관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있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

그의 과거 전력을 알고 있고 심지어는 싫어했던 사람들조차 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를 걱정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걸까?

그의 곁을 맴도는 암흑세력의 무로이 진이라는 남자는 집요할 정도로 마치다를 노리는데 그의 집요함은 모두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끈질기고 이상하리만치 그에게 집착하는 모습은 평범함을 넘어서 의문을 가지게 한다.

마치다를 손에 넣기 위해서 그가 갇힌 보호소에 억지로 죄를 짓게 해 사람을 잠입시키는 가 하면 마치다의 주변 사람들까지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그들이 성공의 궤도에 올라 행복함을 만끽할 때 어느새 스며든 자신의 사람들로 하여 그들의 행복을 망가뜨리는데 거침이 없다.

무로이 진이라는 남자는 왜 그렇게까지 마치다를 원하는 걸까?

그의 행동을 보면 마치다를 원하면서도 그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니라 마치다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힘으로써 마치다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바가 명백하다.

알고 보면 무로이 라는 이 남자 역시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어렸을 적에 버려진... 마치다와 모든 것이 비슷했고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 가지는 공허함과 절대 고독을 다른 사람이 아닌 마치다만은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을 잘못된 것으로부터 구원하고 바꾸리라는 그와 그의 조직의 구호는 젊은 층 그중에서도 세상의 불평등함을 몸소 체험했던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더욱 희망적이며 간절한 꿈처럼 들렸으리라.

가진 자로부터 일부를 빼앗아 못 가진 자와 나눈다는 얼핏 들으면 옳은 것처럼 느껴지는 무로이의 구호는 삶을 좀 더 산 사람들에겐 얼마나 비논리적인 것인지 알 수 있지만 나이 어리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결핍된 아이들에겐 그의 말이 종교처럼 들렸을 것이고 쉽게 세뇌당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무로이의 집요함과 비틀어진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마치다는 친구를 사귀지도 주변 사람들과 일정 거리 이상을 가까이하지도 않은 채 아웃사이더처럼 지냈던 것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이나 말과 달리 주변 사람을 신경 쓰고 배려하는 마치다는 무로이의 생각과 달리 둘은 닮지 않았다.

아니 닮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둘은 전혀 다르다.

어릴 적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모르고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을 때 그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주먹밥을 내준 조금 부족한 남자 미노루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는 마치다의 모습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 즉 감정이 없고 다른 사람과의 감정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뒤엎는다.

표정만 없을 뿐 자신에게 옆을 내준 사람을 위해 어떤 일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마치다이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두 사람이 꼭 만나기를 바라게 되고 좀체 찾을 수 없는 미노루의 행방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사람들과 함께 할 줄 몰랐던 마치다가 친구를 만나고 누군가를 염려하고 누군가를 걱정하는 보통의 사람처럼 되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감동적으로 그려진 책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듯하지만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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