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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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마이스터교에 다니는 학생의 자살로 인해 우리는 잘 몰랐던 마이스터교 학생들이 취업률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그 현실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 어디에서나 늘 가장 약한 자가 부당하지만 그 사회의 어둡고 힘든 부분을 지탱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현실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없는 돈을 끌어서라도 과외며 학원을 다니게 하고 어떻게 하든 성적을 끌어올려 좀 더 좋은 대학에 합격해 나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해나 역시 힘든 지금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이겨보고자 발버둥 치다 결국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한 또한 사람의 우리 아이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살임이 명백한 듯 보이는 이 사건에도 자신들의 이해타산과 맞물려 또 다른 억울한 희생자를 끌어다 기어이 자살이 아닌 타살 혹은 자살에 이르게끔 만든 용의자를 끌어앉혔다.

그 아이 역시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학생인 재석

마이스터교에서 제법 성적도 좋았던 해나는 콜센터의 해지방어팀으로 취업을 나갔지만 그곳은 온갖 폭언과 욕설 그리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전화가 잦은 곳이어서 이런 업무에 능숙한 사람들조차 꺼리는 부서였다.

하지만 상담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해지방어율이 낮아 고민하던 회사는 취업률이라는 성적표에 목을 매는 마이스터교의 현실과 맞물려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는 학생들을 싼 임금으로 마음껏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돌파구를 찾는다.

기업과 학교의 이해득실이 맞물려 학생들은 소모품처럼 전락해버리고 이런 현실을 깨닫고 저항하고자 했던 해나는 회사와 동료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걸로 부족해 온갖 불량고객을 전담하다시피하다 보니 실적은 떨어지고 그걸 핑계로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며 버티지만 자신을 도와줄 학교에서조차 그녀에게 버틸 것을 강요만 하는 현실에 살아갈 힘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해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한 죽음이라는 걸 증명할 필요가 있었기에 또 다른 무고하지만 힘없는 재석이를 끌어와 힘과 돈으로 재판을 강행하고 여기에 변호사 김이 그를 변호하게 되지만 돈과 힘이 있는 조직의 방해는 집요하고 개인의 힘은 약하기에 재판을 쉽지 않다.

재판을 위해 해나의 주변을 조사하다 마이스터교의 취업이라는 현실을 들여다보게 되는 김

그것은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노동의 착취나 다름없을 뿐 아니라 취업률이 높으면 그만큼 지원금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적성과 전공과는 상관없이 그저 취업의뢰가 들어오는 곳은 어디든 막론하고 일단 학생들을 취업시키고는 취업률을 자랑하면서 또 다른 신입생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이스터교의 직무유기의 현장이었고 학생들을 신입사원이 아닌 그저 싼 임금으로 마음껏 쓰다 버리는 일회용 취급을 하는 기업의 민낯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이미 알고 있듯이 진실이 드러나도 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책임을 지우고 꼬리를 자를뿐...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에 해나 같은 혹은 재석이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어디 한둘뿐일까?

무서운 건 아마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할 것이며 어느새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익숙해져서 부당한 일에도 침묵하고 눈을 감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는 건 아닐지... 입맛이 씁쓸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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