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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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알게 된 디 아워스는 각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자의 어느 하루를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버지니아 울프와 브라운 부인 그리고 한때 연인이자 친구로부터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리는 클러리서가 각자의 시점으로 번갈아 교차하듯이 그려지고 있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어주는 것이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서 결말은 평범하지 않게 자살로 마무리 지으려고 결심한다.

그 소설의 제목이 바로 댈러웨이 부인... 브라운 부인이 가출을 감행해 읽은 책도 댈러웨이 부인이고 클러리서는 바로 그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린다.

책 시작부터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만큼 이 들의 일상도 역시 평범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밝은 햇빛이 빛나는 6월

겉으로 봐서 세 사람 모두 아무런 걱정이나 근심이 없을 것처럼 어느 때와 다름없는 편안한 하루를 시작하지만 이내 그들을 감싸는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남편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는 버지니아는 병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두통과 창작의 고통은 그녀의 신경을 갉아먹고 있는데 그녀의 답답한 심경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브라운 부인은 학교 때부터 인기인이었다 이제는 전쟁영웅이 된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을 두고 뱃속에 또 다른 아이를 임신 중인 평범하고 행복한 부인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그래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버지니아 울프의 재능을 동경하면서 남편의 생일날 일탈을 감행하지만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처럼 자살을 감행할 용기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현실에 체념하듯 안주한다.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리는 클러리서 역시 어느새 젊은 미모로도 재능으로도 자신의 존재가 점점 밀리고 있는 현실에 초조해하고 있는 와중에 오랫동안 곁에서 연인이었고 친구로 지냈던 리차드가 에이즈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아 가장 대미지가 큰 상태다.

오늘은 그런 그를 위한 문학상 수상 기념 파티를 그녀가 열어주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병으로 쇠약해진 친구가 자신의 눈앞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참담한 모습뿐...

평온한 듯 보이던 세 사람의 하루는 이렇게 반복된 일상과 슬픔에 지치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무기력함을 느꼈던 당시의 여자들의 삶을 말하고 싶은듯하다.

재능이 있어도 결국엔 누군가의 부인으로밖에 존재하기 힘든 현실의 벽에 갇힌 여자들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다른 듯 비슷해서 그녀들이 느끼는 절망과 암담함 같은 걸 조금을 이해할 수 있다.

평온한 일상 속에 내재된 슬픔을 간직한 세 여자를 통해 결국 삶이란 시간의 영속성 위에 놓여있는 한 점일 뿐이고 사람은 그 속에서 슬픔과 괴로움, 행복도 잠시뿐...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닌지...

어려운 글은 아닌데 느끼는 대로 쓰여진 글에 익숙하지않아서인지 쉽지않게 다가온 책이어서 작가가 말하고자한 의미를 놓친건 아닌지 조금은 걱정된다.

영화를 보면 좀 더 이해할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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