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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새 익숙해진 이름 나카야마 시치리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시리즈.와타세 경부시리즈,법의학 시리즈 등등 여러 가지 시리즈로도 나와있어 어떤 쪽으로 접했던 한번 접했던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가는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한 걸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연간 출간되는 책이 상당하다.
나오는 책마다 다루는 소재가 다르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 또한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책은 가독성이 좋고 한번 손에 들면 술술 넘어간다는 점에서 초기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닮은듯하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재판의 결과를 뒤집는 장면 같은 건 그만큼 공부를 하거나 조사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기에 그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의 장점은 그런 부분에서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날개가 없어도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스터리가 주가 아닌 소녀의 성장기가 주가 되고 있어 그의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200m 달리기 선수 사라는 불의의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는다.
자신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절망하던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처럼 다리를 잃고도 의족을 착용하고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달리는 스프린터를 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날개를 잃어도는 제목에서처럼 스프린터인 그녀에게 날개나 다름없는 다리를 잃은 사라의 절망과 고통 그리고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비와 난관이 있는지 그녀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운동에는 돈이 필요하지만 특히 장애인의 운동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여러 가지 장비가 필수적이고 그래서 여러 곳의 경제적 후원과 더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패럴림픽에 참가할 정도의 수준을 보이는 경기에서조차 일반인들과 기업으로부터 외면받고 당연한 결과로 매스컴에서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더욱 인기를 얻기는 힘들고 그래서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기업으로부터 후원은 요원하기만 진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기는 해도 책을 읽는 사람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들이밀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 작가는 영리하게도 이런 것에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붙잡아둔다.
그녀에게 달릴 수 있는 다리를 잃게 한 사람이 오랫동안 그녀의 옆집에 살면서 소꿉친구이기도 했던 친구라는 설정
게다가 가해자인 그를 죽도록 미워하고 원망할 사이도 없이 자신의 방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그는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고 당연하게도 사라와 가족은 안타까운 피해자임과 동시에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비록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오랫동안 운동으로 다져진 사라는 적당한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강인한 소녀이기에 경찰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지만 당연하게도 이 책은 범인의 정체와 동기를 찾기보다 사라가 절망에서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다시 달릴 수 있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날개가 없어도 결국엔 훨훨 날아갈 준비를 마친 사라의 모습을 보는것도 나름 좋았고 잠깐 등장하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를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또 다른 매력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