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관찰자 시점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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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 살인마가 잡히고 나면 늘 뒤따르는 사람들의 관심은 그들 가족은 그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부터 시작해 심한 경우 그 가족 역시 살인마의 죄에 버금가는 욕설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을 지경으로 몬다.
그래서 살던 고향을 떠나는 건 당연한 거고 심지어는 이름도 개명해가며 그 사람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숨기는 데 따지고 보면 그들이 죄를 지은 건 아니기에 인간적으로는 그 가족이 안된 것도 사실이나 살인자의 죄가 클수록 그 범죄가 잔혹할수록 그 죄를 지은 사람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강테오 역시 그런 범죄자를 아비로 둔 사람이다.
게다가 아비인 강치수는 많은 사람을 아주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 살인마이면서 자신의 죄가 뭔지 알지도 못하고 알지 못하니 당연히 뉘우치는 법도 없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악당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되었고 자신의 눈앞에서 엄마를 살해하는 장면을 본 테오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의 과거가 드러나면 모두가 그런 눈으로 테오를 보는데 여기엔 테오의 성격도 한몫을 한다.
어느샌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늘 한걸음 떨어져 냉정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데다 어디서나 빛나는 잘생긴 그의 외모는 신부가 된 지금도 그를 편안한 일상을 보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그를 마치 스토커처럼 연모하며 따라다니던 한 소녀가 유서를 남기고 그가 있는 성당에서 자살을 한 것
당연하다는 듯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 차갑기만 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또다시 그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신도들로부터 배척당하는 테오
여기에 죽은 소녀의 정신과 담당의였던 마 교수는 평소 사이코패스는 절대로 회개가 안되며 그들을 죽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어릴 적부터 심한 폭행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사이코패스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 사이코패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테오를 향해 적의를 보인다.
제목처럼 테오의 시점이 아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으로 테오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모두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 사람이 정의를 행하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여기에 나오는 테오라는 인물은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고 있다.
사이코패스 아버지는 연쇄 살인마이고 그 사람의 손에 엄마마저 잃었으며 자신은 단지 그런 아비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모두에게 배척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을 뿐 아니라 그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의혹은 그를 향하는 삶이라니... 정말 피곤하고 고달프지 않은가
잘생기고 똑똑한 머리는 그에게 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동성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이유가 되고 굳은 믿음과 인내로 살인범 강치수의 아들 강테오에서 디모테오 신부가 되었지만 신앙도 그를 지켜주기엔 부족한 것이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자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는 종교계에서조차 그의 과거가 드러나면 그의 작은 잘못 하나라도 찾아내어 파면하고 싶어 하거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보내는 것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자 한다.
그들에겐 신의 말씀보다 신도들의 말과 헌금이 더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무거울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무겁지않게 풀었으며 가독성도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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