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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ㅣ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울림이 좋은 책인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중국 소설이라는 다소의 편견을 깨게 한
책이었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어떻게 이런 소설이 검열되지 않고 출간할 수 있었는지 조금 놀랐으며 어쩌면
지금 중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린 사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남자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시체가 든 가방을 가져가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공안에게 들켜 범행이 만 천하에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엽기적인 사건은 곧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지만 범인인 장차오는 이 모든 범죄를 시인하면서 사건은 쉽게 해결되는 듯하다가 재판이 벌어지면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그로 인해 다시 한번 모두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게다가 놀랍게도 피해자가 죽은 시각 범인인
장차오는 절대로 그를 죽일 수 없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함으로써 그의 자백이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사게 되고 모두의 관심하에
사건의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장차오의 사건을 재수사하다 필연적으로 피해자에 대해 조사하게 되면서
의외의 사건들이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하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십 년이 넘은 한 사건으로부터 기인한 것을 알게 되는 특별
수사대
피해자 장양은 검찰원이라는 공직의 신분으로 오랫동안 한 기업의 회장을 조사해왔으며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 동기이자 작은 도시인 핑캉현의 초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다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마을의 여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다 자살한
허우구이핑 사건이 있었다.
허우구이핑의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그가 단순히 자살한 게 아닌 타살임이 분명하지만
아무도 이 사건을 재수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재수사 요청이 번번이 거절되고 심지어는 사건 관련자의 잇따른 죽음까지 모든 것에서 수상한
냄새가 났고 이에 좌절하던 장양
그가 밟아 온 과정을 보면 한 번도 시원히 해결은커녕 계속되는 반대와 역경을 보면서
그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야만 했을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고 그의 심정이 동감도 되면서 그의 좌절에 답답하게도 느껴지는 것이 그가 일련의
과정에서 공권력의 높은 벽을 느끼고 절망하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돈이
있고 힘이 있고 권력이 있는 자에게 쉽기만 한 길이 평범한 소시민이나 더 힘이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는 가장 약한 자들에게 왜
그렇게 힘들고 거칠기만 한지... 한 번쯤 공권력이나 이른 바 갑의 횡포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장양이 걸어온 길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든 길을 선택한 것에는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기에 책의 처음에 나온 그의 죽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고
먹먹해졌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우물을 파고 반드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장양과 주웨이 같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냥 억울한 일로 가득 차고 암울하기만 한 게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누군가가 이렇게 거대 권력에
맞서서 오랜 세월 대항하고자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이 옳음을 알면서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어느새 경제적이든 권력이든 힘에 의한 부조리한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책이었고
묵직한 울림을 준 책이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우리에겐 익숙하지않지만 중국안에선 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라는 사실이 과장이 아님을 느낀것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내용도 그렇고 탄탄한 스토리에 초반부터 몰아치는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못하게 하는 몰입감이 어느것하나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반드시 읽어야 할 목록에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