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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 식당 차림표 : 6시 20분의 고기감자조림 ㅣ 눈토끼 식당 차림표
고미나토 유우키 지음, 박유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이 배가 고프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좀 더 심하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그러다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 그때 밀려오는 만족감이란...
그래서 힐링을 다루는 작품들 중에는 음식을 소재로 하거나 작은 소품처럼 다뤄지는 작품들이 꽤 있다.
아마도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 즐거움만큼 큰 즐거움이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 역시 제목에서부터 음식을 중요한 소도구로 다뤄지리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일본식에 대해 관심도 있었기에 더 궁금해진 책이었다.
할머니부터 해 오던 단출한 식당 눈토끼 식당을 물려받은 다이키는 식당 앞에서 쓰러진 아오이를 데려와 자신의 음식을 먹이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입맛을 잃어버린 아오이는 그저 최소한의 식사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결국 눈토끼 식당 앞에서 무너져버린 것인데 무엇을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아오이지만 웬일로 다이키가 만들어준 음식에 텅 빈 가슴이 조금은 채워지는듯하다.
알고 보니 이 집은 아빠의 단골 식당이었고 그때부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식사도 하게 되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에 대해 새삼스러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늘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들을 당연하다는 듯 먹었기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해 지은 음식의 소중함과 정성을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이 홀로 남은 아빠를 위해 아침밥을 지으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는 아오이
사회 초년생으로 갓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딸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가족들.... 그리고 그 마음을 알면서도 마음과 달리 짜증을 부리던 미케 역시 자신의 본심을 자신이 처음 만든 음식으로 엄마에게 표현하는 장면을 보면서 같이 음식을 먹는 사람을 왜 식구라 하는지 이해가 갔다.
또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변화를 시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고집스레 옛것만 주장하는 아버지와 마찰을 빚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쿠라다 푸딩 가계의 이야기도 결국 그 사이에 낀 딸이자 동생이 만든 푸딩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그렇고... 이렇듯 별다른 말이 없더라도
따듯한 밥 한 끼로도 때론 그 사람의 진심을 이해할 수도 있다.
특별한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모양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정성을 들여 오랫동안 조리하고 그 마음으로 누군가의 한 끼를 해결해주는 다이키의 태도는 우리가 바라는 음식점 주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집 주변에도 이렇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이대가 비슷한 두 사람이 남녀 간의 로맨스로 변질되지 않은 점은 특히 마음에 들었고 읽으면서 내내 배고픔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