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회전목마처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고교 때부터 남달리 서로가 죽이 맞아 지냈던 나츠키와 후유코의 인연은 여름과 겨울에서 따온 이름부터 남달랐다.
게다가 둘의 취향도 비슷해서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나 신기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이유를 추적하는 걸 즐기다 서로에게만 통하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래서 만들어진 말이 계절이고 서로 계절을 하지는 말은 암묵적으로 어떤 사건을 조사해서 수수께끼를 풀자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오랜 친구인 그들도 같은 동성이 아닌 이상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상대방을 이성으로 느껴져 이 관계가 깨질 위험이 다분한데 남자인 나츠키가 그런 경우다.
후유코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그녀는 늘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그런 남자들과 문제가 생기면 나츠키에게 연애상담을 받곤 한다.
그런 덕분에 나츠키는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그저 그녀와 계절을 하며 친구 사이 그 이상의 발전은 못한 채 졸업을 하고 각자 대학을 가면서 멀어지지만 몇 년이 지난 후 그녀에게서 안부 연락이 오면서 이 관계는 다시 이어진다.
그들이 함께한 세월 동안에 있었던 사건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소제목으로 하면서 마치 장난처럼 때론 게임처럼 계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사이에 그들의 오랜 세월 속 추억담도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번에 말로 진짜로 자신의 진심을 그녀에게 고백하리라 결심한 나츠키에게 옛 연인과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후요코의 고백은 나츠키가 맥이 빠지는 만큼 읽는 사람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매번 그가 고백을 결심하면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혹은 스스로 사건을 일으켜 그의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이쯤 되면 그의 마음을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고 봐도 될 뿐 아니라 그녀는 그를 친구로는 좋아도 남자친구로는 좋아할 수 없다는 그녀의 본심이 느껴진다.
왜 그렇게까지 그를 밀어내야만 했을까? 그런 정도라면 차라리 연락을 끊어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행동은 지나치다.
그녀의 변명 아닌 변명이란 것도 친구로 그를 잃어버리기 싫었다는 말은 본인 스스로의 말처럼 이기적으로 들릴 뿐 아니라 몹시도 냉정하게 들려 그를 친구로 조차도 배려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나츠키 역시 그녀에게 끌려다니기만 할 게 아니라 진심으로 고백하고 끝을 맺었어야 하는데 그의 우유부단함이 이런 관계를 계속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도 될 사건을 작은 단서를 가지고 그 사건의 개요를 유추하는 걸 보면서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혹은 아.. 그런 뜻이 하며 감탄했지만 때론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후유코와 관련된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그녀를 늘 신경 쓰고 눈치도 빠르며 제때 물러설 수 있는 남자 나츠키를 왜 그토록 무리한 수를 써가며 고백조차 듣지 않으려 할까 의문이 든다.
그녀를 위해 굳이 변명해보자면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상의 미스터리를 풀 때처럼 그 관계의 안이 아닌 밖에서 관찰자적 입장을 고수하는 그의 성격 탓이 아닐까 싶다.
누군들 연애를 할 때조차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 사람과 깊은 연애를 하고 싶어 할까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을 약간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절을 하는 건 흥미로웠지만 그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씁쓸했다.
마치 빙빙 돌면서 한번도 같이 할수 없는 회전목마속의 말들처럼...
결국은 사랑에 빠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처럼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데에도 특별한 이유 따윈 없다는 걸 새삼 알려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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