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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이 처음 나와 센세이션을 불러온 게 10년 전인가
이번에 책이 출간된 지 10년 된 기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롭게 나온 고백
처음 읽었을 당시에 소재의 파격성과 생각도 못 한 전개와 결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그 이후 작가의 작품이 다수 출간되었음에도 이 책의 파급성을 넘어설 작품이 없었기에 작가에겐 굴레가 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학을 앞둔 종업식 때 학급 아이들 앞에서 던진 담임의 고백
그 고백은 1-B 반 아이들 전체를 뒤흔들만한 것이었고 그 이후에 벌어진 모든 사건의 단초가 된다.
사고사로 처리된 자신의 아이의 죽음이 학급 아이들 2명의 의도적인 소행임을 밝혀내지만 그녀 유코는 뜨겁게 분노하고 오열을 하기보단 차가운 복수를 선택한다.
처음 읽었을 때도 느낀 바지만 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한 걸까?
보통의 부모처럼 가해자를 향해 분노하고 응징하고 법을 통해 처벌하는 방법이 아닌 개인적인 처벌을 선택한 걸까? 그것도 그렇게 음습하고 교묘하며 지독히 철저한 방식으로...
여기엔 소년법이 기재에 깔려있다.
마침 그 두 소년은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죄를 묻지 않는다는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형사고발을 해도 감옥에 가거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년들의 신원조차 알려주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대로 죄를 묻어버리고 죄를 지은 소년들은 법으로 보호받는다는 소년법에 대한 반발과 개인적인 원한이 자신의 손으로 그 아이들을 응징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처벌은 너무 냉혹해 비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비록 하나뿐인 딸아이를 철저하게 잃어버린 피해자라 할지라도...
그녀가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라는 걸 떠나서도 꼭 그런 음습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응징했어야만 했나 싶은 게 그녀는 자신이 1년 동안 맡아서 지켜봐온 결과를 가지고 그 아이들의 심리와 특성을 이용해 철저하게 무너뜨린다.
마치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부비트랩처럼 곳곳에 함정을 파고 올가미를 숨겨 목표물이 걸려들기 바라며 오랫동안 지켜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녀의 원망과 증오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모습에서 결연함이 보여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절대 용서란 없다는 유코식의 복수는 그래서 시원하고 통쾌하다기 보다 음습하고 조금은 불편하다.
덤덤하게 자신의 딸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고백하듯 독백하듯 말하는 유코와 그런 유코의 고백으로 심리적으로 몰려 무너져내리는 소년의 일상을 봐도 그렇고 또 다른 아이에게 가하는 학급 친구들의 폭력을 봐도 그녀의 고백은 모두에게 슬며시 스며든 독과 같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진 맹독 같은 유코의 고백은 다시 읽어도 섬뜩했고 그녀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 중 첫 손 꼽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