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힘과 권력이 있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젊은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의 주위에 있던 젊은 남자
당연한 듯 젊은 남녀는 금지된 사랑에 빠졌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지만 파국은 예정된 일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뭐라고 포장해도 결국 불륜에 빠진 남녀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소재야 흔하디흔하고 굳이 소설로 보지 않아도 뉴스에서도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이 흔히 발생하는 만큼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흔한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왜 이 작품이 오랫동안 금지되었었을까? 들여다보면 그런 결정이 내려진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일단 불륜의 늪에 빠진 두 남녀의 신분차가 엄청나다.
여자는 사단장의 아내이고 남자는 여자보다 어린 연하에다 사단장 집의 취사를 도맡은 취사원이라는 극히 낮은 신분인데 하늘의 별 같은 사단장을 비웃듯 그녀가 정을 통한 남자가 한낱 그 사단장 집 잡일을 하고 취사를 맡은 신분이라는 설정은 사회적으로 신분의 차별이 극심한 중국에서 그것도 군에서 이런 식의 설정은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또 취사원 우다왕을 사단장 부인인 류렌이 처음으로 유혹할 때 썼던 도구가 그들에겐 금과옥조로 여겨져 문패에다 쓰고 모시고 받드는 데 정성을 다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 수석의 말이 새겨진 명패라는 사실은 명백한 도발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을 정치적 이념으로 삼았던 마오
그리고 마오의 모든 말과 그가 정한 이념을 목숨처럼 여기고 섬겼던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더라도 자신의 육체적 외로움을 위해 남자를 유혹하면서 그 명패를 이용해 의사 전달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그들이 서로의 사랑을 서로에게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한 일이란 것도 마오의 사진이나 기념품 그의 글이 쓰인 걸 찢고 깨부수고 파괴하다 결국은 마오의 석고상마저 깨부셔 산산조각 내버리는 걸로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는 장면을 보면 작가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단장 집안을 보살피고 원하는 걸 모두 수행하는 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거라는 논리는 다분히 비틀기식 유머로 느껴진다.
그들 식의 논리라면 우다왕은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바쳐 군의 안녕을 위해 충성한 죄 밖에 없기에...
결말조차 일반적이지 않다.
불륜을 저질렀던 남녀는 처벌되거나 매장당하지 않고 오히려 잘 먹고 원하는 걸 얻어 잘 살아가지만 그런 그들의 주위는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린다는 설정은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고 그 권력이 부패되면 어떤 일까지 가능한지를 극심하게 보여준다.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중국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얼마나 통쾌함을 느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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