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 삶을 위로하는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61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만 주로 읽다 보니 시는 학교 다닐 때 시험 때문에 줄줄 외웠던 이후로 딱히 시집을 손에 들고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시란 게 함축된 언어로 감정을 묘사하고 짧은 글로 나타내다 보니 왠지 어렵게 느껴져 거리감을 느끼는 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듯
이번에 북로그컴퍼니에서 나온 다, 시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마치 다시 시를 읽자는 것 같기도 하고 책 속에 모두 다 시로 된 시집이란 의미로도 느껴지고 물론 진짜 제목처럼 시를 많이 수록했다는 의미도 통한다.
일단 표지부터 자극적이지 않고 속지에 시와 함께 실린 사진이나 그림 역시 튀지 않는 배경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손에 들고 다른 책을 읽는 짬짬이 혹은 좋아하는 장르소설을 읽고 난 뒤 쉴 동안에 이 책을 손에 들고 펼쳐지는 대로 읽다 보니 이미 알고 있던 시가 나오면 왠지 반가움에 처음 보는 시는 좀 더 집중해서 그리고 음미하면서 읽게 된다.
게다가 출판사에서 시를 전체가 통일된 폰트를 사용한 것이 아닌, 폰트로 된 조금은 정형화된 글 사이사이에 캘리그래피로 쓴 시를 넣어서 좀 더 다채롭게 느껴지고 심심함이 덜했달까? 게다가 그런 식의 차이는 좀 더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좋은 시도였다 생각한다.
책 속에는 파트를 5파트로 나눠 주제를 정해 거기에 맞는 시를 수록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취했는데 파트 1은 당연하게도 모든 세상의 노래가사와 시의 오랜 주제 중 첫 번째인 사랑에 관한 시를 넣었고 파트 2는 쓸쓸함과 그리움 파트3은 청춘에 관한 시 파트 4는 순간순간을 그린 시 파트 5는 찬란함에 관한 시로 나눠져있는데 사랑에 관한 시나 다른 것에 관한 시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론 파트 2  쓸쓸함과 그리움에 관한 시가 특히 마음에 와닿는 게 많았다.
조병화 시인의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라는 것도 그렇고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라는 부분은 정말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되고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는 오세영 시인의 그릇도 깊이 인상에 남았다.
누군들 삶을 살면서 한 번쯤 상처를 받았거나 상처를 줘 본 경험이 없을까? 귀퉁이가 조금 깨어져도 그건 누군가에게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좀 무서운 말이 아닐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과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읽다 보면 쉽게 이해되고 쉬운 말로 쓴 시도 있지만 함축된 언어로 써져 깊이 되새겨 읽고 다시 곱씹어 봐야 할 시도 있는데 어쨌든 시는... 시다.
솔직한 말로 그때그때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시는 굳이 어려운 말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의 매력이 있을 뿐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는 칼릴 지브란의 시 같은 건 살면서 알아둬야 할 삶의 지혜 같기도 하다.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고 함께 서 있으되 너무 가까이 서지 말라는 글은 사랑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삶의 충고가 아닐지...
헤어지고 나서야 봄가을 없이 밤이면 언제든 볼 수 있는 달이 그립고 달이 밝은 줄 그리고 그 달을 보면서 설움과 그리움에 눈물지을지 몰랐다는 김소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같은 시는 젊었을 때 읽은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좀 더 슬프고 안타깝고 이미 놓쳐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강하게 들어서 짧지만 더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시는 한창 피 끓는 청춘일 때와 조금은 나이 들어 세상의 이치를 안다고 어느 정도 체념할 때 읽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게 와닿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릴 때 읽었던 시를 나이 들어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시를 읽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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